겨울을 앞두고 한강하구와 주변 들녘에는 추수가 끝나기도 전에 선발대가 찾아왔다. 며칠 만에 많은 무리가 찾아왔다. 겨울 철새 가운데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기러기다.
12일 저녁노을이 물든 남과 북 사이로 흐르는 한강 하구는 기러기들의 소리와 날갯짓으로 분주해진다.
한강에 기착한 이들은 분단의 벽인 철책선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비행을 한다. 밤이면 들녘에 모여 체온을 나눈다.
기러기들은 이동 중에 질서를 잘 유지하기도 하지만, 먹이 곳간을 다른 무리에게 양보하고 무리별로 흩어져 다른 곳으로 먹이를 찾아 나설 정도로 다툼이 없다.
흩어졌던 무리 중에서 먹이가 풍부한 곳을 찾게 되면 다시 모여들어 큰 무리로 하나가 된다.
이들은 추수가 끝난 논에서만 낟알을 주워 먹고 옆에 있는 벼 이삭을 훑어 먹지 않는다. 농작물에 부리를 대지 않아 농부들은 기러기를 천성이 착한 조류라고 한다.
기러기들은 큰 무리 속에서도 쌍쌍이 활동을 하며, 몇 쌍씩 무리를 이루게 된다.
이처럼 부부 금실이 좋고 이웃 동료들과도 평화롭게 지내는 조류라 그런지 모르지만 예로부터 사람들은 나무로 기러기를 조각해 높은 장대 끝에 앉혀 솟대를 세웠다.
옛 혼례식에서도 나무로 만든 기러기 한 쌍을 올려놓고 금실좋은 부부로 살아가길 기원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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