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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요즘은 어린아이들도 '테스형'에게 인생을 묻는다. 가당치않은 모습에 실소까지 나온다. 지난달 30일 KBS2 TV에서 방영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 여파다.

'가황'이라 불리는 나훈아는 20% 가까운 시청자를 TV 앞에 끌어 모았다. 나훈아 특유의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도 볼만했지만 무엇보다 신곡 '테스형'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트롯은 유치하다"고 말한다. '테스형'도 듣기에 따라서는 그 '유치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훈아가 불러서 듣는다는 사람도 꽤 있다. 아무튼 그 묘한 중독성은 대중적인 노래는 대중에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준다.

나훈아가 테스형에게 묻는다. 세상살이, 사랑, 죽음, 천국은 어떤 거냐고.

그러나 소크라테스 형은 "너 자신을 알라"는 말만 툭 던지고 간다. 선문답 같은 말에 나훈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사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도 소크라테스가 한 말은 아니다. 그리스 델포이(Delphoe) 아폴론신전에 적힌 말이다.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안고 간 사람들에게 주는 아폴론의 조언이다.

모호한 말을 툭 던지고 간 건 소크라테스 형만은 아니다. 나훈아가 공연도중 "국민을 위해 목숨을 버린 위정자는 없고 우리가 잘하면 위정자도 필요 없다"고 툭 던진 말에 여야가 한 동안 아전인수에 휘말렸다.

아무리 '가황'의 칭호를 단 가수의 말이라 해도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논쟁이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암시한다는 야당의 공격도 촌스럽고 굳이 격하게 반응하는 여당도 유치하긴 마찬가지다. 한국 정치 수준을 실감하게 하는 씁쓸한 촌극이다.

나훈아가 모습을 감춘 11년도 화제가 됐다. 수많은 억측에 대해 나훈아는 "꿈을 먹고사는 가수가 꿈이 사라져 여행을 갔다"고 말했다.

굳이 밝혀야 하는 것 자체가 낮 부끄러운 일이다. 오죽하면 인터넷 연예기사에는 댓글을 달 수 없도록 했을까. 공중파에서도 연예관련 프로그램은 이미 모두 사라졌다.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대중을 상대로 꿈을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대중은 자신만의 잣대를 경계해야 한다. 물론 나훈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고 좋고 싫음도 자신의 몫이다. 다만 가십거리나 술자리 안주가 돼서는 안 된다. 비단 나훈아 뿐만 아니다. 모든 연예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꿈을 주는 가수는 반대로 대중에게 꿈을 선사하기도 한다. 공인이 행동거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다.

한가위가 지나고 이제 완연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들판에 나가면 황금빛 물결이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맘 때면 우리 아이는 '노을'이라는 동요를 부르곤 했다.

'가을바람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는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놀'

아이들이 테스형 보다는 동요를 불렀으면 좋겠다. 동요는 아이가 불러야 아름답고 아이는 동요를 불러야 예쁘다. 너무 꼰대 같은 말인가.

요즘은 아이를 위한 노래가 없다. 근래에는 온통 트롯 천지다. 미스터 트롯 출신 13살 아이가 '보릿고개'를 애절하게 부르고 어른들은 그에 환호한다.

그러니 아이들이 70넘은 가황도 부담스러워하는 테스형을 찾고 있다. 물론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이는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다운 세상이 건강한 세상이다. 아이가 어른 같고 어른은 오히려 아이만도 못한 요즘 쓸데없는 걱정을 하 나 더 안고 산다.

테스형 세상이 정말 왜 이래...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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