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산업기술원 '가스계프로그램' 검토회의서 제조업계 강력 반발

▲ 30일 경기 용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회의실에 '가스계 프로그램 성능인증 개정안 검토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 이상종 기자
▲ 30일 경기 용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회의실에 '가스계 프로그램 성능인증 개정안 검토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 이상종 기자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30일 '소화가스계 성능인증 기술기준 개정안' 검토를 위한 제조업체 관계자 회의를 경기 용인 기술원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안건은 소화가스계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 성능인증 기술기준과 시험세칙 개정안으로 소방청을 비롯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성능인증을 취득한 제조업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일부 시민단체와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가스계소화설비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소방청과 기술원은 개정안을 마련한 뒤 배포하고 제조업체들로 부터 과도·적정성 여부와 대안을 청취했다.

업계는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 소화가스계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 성능인증을 받은 제조업체들은 "개정안이 현실성이 없을만큼 과도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른 의견을 표출한 업체는 없었다.

제조업체들은 10여년전 성능 재인증 추진 사례에 주목하며 반발했다. 당시 성능인증을 이미 받은 제조업체들은 국내 소방발전을 위해 성능인증 폐기를 감수하고 수십억원을 투자해 개정 기준으로 재인증을 받았다. 개정된 기준으로 성능인증을 받은 '설계프로그램'은 2011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무려 70개 이상에 달한다.

A사 관계자는 "당시 개정 시험기준은 UL이나 FM 시험기준보다 더 어렵고 많은 시험기준으로 변경돼 제조사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 시험기준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정당하게 다시 획득한 지적 재산권인데 정당한 사유없이 취소된다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 해외 K사 할로겐화합물 UL이나 FM 인증 매뉴얼에 등재된 배관체적비 140% 에러 메시지.
▲ 해외 K사 할로겐화합물 UL이나 FM 인증 매뉴얼에 등재된 배관체적비 140% 에러 메시지.

이어 B사 관계자는 "소방산업기술원 시험기준을 UL이나 FM 기준보다 더 높게 신뢰했고, 인증후 지금까지 현장에서 실시한 소화시연과 산소농도 등의 결과는 완벽했다"면서 "소화시연이 가능한 현장을 조사해 불 꺼지는 것을 검증해 줄 수 있다. 불이 안 꺼진다는 외부 주장은 주관적 의견"이라고 항변했다.

불만의 목소리는 고조됐다. C사 관계자는 "배관 최대높이 등 객관적인 해외인정 자료나 기술원 자체시험 결과에 근거해 기술원에서 그 기준을 제시해 주고, 타당성이 있다면 그 기준을 따르겠다"면서 "그 기준을 따르지 못하겠다는 제조사만 해당 시험을 추가 시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D사 관계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UL이나 FM 성능인증 사례를 보면 성능인증을 해 준 프로그램을 취소하는 사례는 없다"며 "신기술 품질의 성능인증이 나오면 구버전은 시장에서 서서히 자연 도태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도 이미 받은 성능인증이 취소당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인증 유지를 해야 한다"면서 "이미 설치돼 있는 고객도 증·개축 등 사유 발생때 안전하게 증·개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내용은 그 사람들의 주관적인 주장도 많이 포함됐다"며 "제기하는 내용을 주제로 그 사람들이 같이 참석하는 기술 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소방기술인들은 "소방기술 발전은 소방기술연구 투자를 통해 이루어진다"면서 "국내 소방기술은 해외기술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해외 UL이나 FM 등 인증자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축압식 용기의 경우 해외 소방기술 수준은 70bar 이상까지 UL이나 FM 인증이 됐다. 국내 소방법 화재안전기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기준은 최대 42bar로 제한돼 충전비를 높여서 기술개발을 할 수 없다. 국내 외부지적에 많이 나오는 최대 배관 체적비 100% 이하 지적은 이미 해외사례에서 배관체적비 100% 이상으로 인증된 시스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잘못된 내용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조사들은 모두 수긍했다. 하지만 인증기관을 의심하고 주관적이고 무책임한 지적은 소방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 30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가스계 프로그램 성능인증 개정안 검토회의'가 열리고 있다. ⓒ 이상종 기자
▲ 30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가스계 프로그램 성능인증 개정안 검토회의'가 열리고 있다. ⓒ 이상종 기자

회의에 참석한 F사 관계자는 "화재가 100% 진압되는 퍼팩트한 인증프로그램이란 것을 자신한다"며 "의심하는 문화는 험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소방발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G사 관계자는 "이러한 이유로 개정이 계속 된다면 성능인증 제조업체들의 버려지는 돈과 재투자 해야하는 돈이 계속 발생한다"며 "인증된 프로그램은 소방발전과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취소사유 없이 폐기돼서는 안된다"고 항변했다.

업계는 개정안 기준으로 성능인증을 다시 받기 위해서는 프로그램당 수십억원의 비용, 6개월이상의 시험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한 H사 관계자 는 "개정안 기준으로 프로그램당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20억원, 70개 인증프로그램을 모두 받을 경우 1400억원이 소요될 수 있다"며 "이같은 막대한 투자비는 소방발전을 위해 연구개발비로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개발을 제한하는 규제를 풀어 해외 기술력보다 앞서는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I사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소방산업기술원은 인증기관으로서 최대배관 높이 등 대표성 시험을 통해 모든 업체에게 동등한 기준을 제시·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대해 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외부 지적내용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시험기준보다 더 많은 경우의 시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내용만 조치하면 된다"며 "이런 사유로 추가되는 시험기준을 적용해 재인증이 지속된다면 인증업체는 비용부담으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소방청과 한국산업기술원 관계자는 "개정안이 과도하다는 제조사들의 의견은 잘 들었다"며 "3~4회 더 회의를 열겠다. 제조사들이 대안 등 의견을 취합해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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