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피의자 신분 조사 후 입건 … 경찰 조사서 혐의 부인
지인 유튜버 "18일 마지막 문자 … 경찰에 월북 알렸는데 무시"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한 것과 관련해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한 것과 관련해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은 지난달 지인 여성을 자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도 발부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와 평소 알고 지낸 한 탈북민 유튜버는 이달 18일 새벽 마지막 연락을 했으며 당일 저녁 경찰에 월북 가능성을 알렸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 지인 여성 성폭행 혐의…지난달 피의자 신분 조사

26일 경기 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탈북민 김모(24) 씨는 지난달 강간 혐의로 한 차례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은 뒤 경찰에 입건됐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김포시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낸 여성 A씨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남자친구와 다투고서 전화 통화로 하소연을 하던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고, 함께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탈북한 김씨는 북한에서 학교를 나왔으며 한국에 정착한 뒤 직장에도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건 현장에서 곧바로 112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체포 등 강제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사건 발생 당일 몇 시간 뒤 피해자 측이 신고해 불구속 상태에서 피의자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김포에 살아 평소 우리 경찰서의 관리 대상이었다"면서도 "실제로 월북했는지나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김씨가 맞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지인 탈북민 유튜버 "경찰에 월북 알렸는데 무시당해"

김씨 지인인 한 탈북민 유튜버는 이날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7월 18일 새벽 2시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김씨의) 문자가 떴다"며 "'누나 같은 분을 잃고 싶지 않았는데 죄송하다. 살아서 어디에 있든 간에 꼭 갚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 괜찮아. 그럴 수 있다. 누나는 이해해 줄게'라고 답장을 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평소 이 탈북민 유튜버의 승용차를 자주 빌려 이용했고, 이달 17일 오후 4시 55분께 해당 차량이 일산대교를 통과한 하이패스 기록도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김포 자택 아파트의 보증금도 찾고 이 탈북민 유튜버의 승용차도 파는 등 3천만원 가량을 모아 달러로 환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유튜버는 김씨의 지인으로부터 그가 "월북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이달 18일 오후 경찰서에 찾아가 해당 사실을 알렸으나 경찰관이 무시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유튜버는 "형사가 자기네 부서가 (관할이) 아니라고 했다"며 "'진짜로 넘어가면 보라'는 마음으로 경찰서 입구에 있는 (경찰관) 얼굴 사진도 찍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중순 김씨가 피해자를 협박했고, 월북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 '월북 경로 추정' 강화 교동도 등 한강 하구 귀순 잦은 곳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열린 사실을 밝히며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도 북한 보도가 나온 지 약 8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월북자 발생'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관계 당국은 탈북 시기를 2017년으로 압축했으며 이 시기 탈북민 중 연락이 닿지 않는 김씨를 유력한 월북자로 특정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월북한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 교동도 등 한강 하구 일대는 북한과의 최단 거리가 1.3∼2.5km에 불과해 탈북민들이 물때에 맞춰 수영으로 귀순하는 사례가 잦은 곳이다.

2012년 9월 20대 북한 주민이 통나무를 잡고 교동도까지 떠내려온 뒤 섬에서 6일간 민가 음식을 훔쳐 먹으며 지내다가 주민 신고로 붙잡혔다.

2013년에도 40대 북한 주민이 수영으로 교동도 해안에 도착했고, 이듬해 8월에도 부자지간으로 추정되는 50대 남성과 20대 남성이 교동도 해안으로 헤엄쳐 오는 것을 해병대 초병이 발견한 바 있다.

김씨와 알고 지낸 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가 개성에서 군 생활을 해 그쪽 지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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