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고문의 '자네, 유럽 가 봤나' <7> 도시전체가 거대한 박물관 '로마'

교황청 박물관 천장장식이 휘황찬란하다. 황제의 권력을 능가한 것을 실감하게 한다.

서유럽의 하이라이트 로마투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로마는 도시전체가 커다란 박물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구석 구석에 옛 유적을 그대로 보존 유지한 채 현대문명과 앙상블을 이룬 것이 특징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육지, 수상교통의 중심지로서 로마를 기점으로 이탈리아의 모든 교통이 발달돼 있다.

로마 초입의 도심에 주택 형태로 된 옛 로마시대 공동묘지가 신기했다. 로마 북서부에 있는 카톨릭 총본산 바티칸시국을 찾았다. 로마안에 있는 도시국가로 로마 교황을 국가원수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이다. 바티칸 박물관은 아침부터 인산인해였다. 무선통신기를 통해 가이드의 말을 들을 수 있어 과거로의 여행은 한결 즐거웠다.

남성 조각상의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바티칸의 아폴로 상.

교황청 외부는 수수하지만 내부는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화려했다. 교황청박물관에 소장된 세계 최고 예술가들의 명품을 만났다. 흔히 여성 조각상은 '비너스', 남성 조각상은 '아폴로'라고 한다. 비너스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아폴로를 교황청박물관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에 압도됐다. 그림의 내용보다 높은 사다리에 매달려서 위를 쳐다보며 높은 천정에 수년간 그림을 그렸다는 '거장' 미켈란젤로가 되레 불쌍하게 느껴졌다. 오래 살았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맘대로 불러 강제로 그림이나 조각을 성경구절대로 제작하게 한 교황청의 위세가 느껴졌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역사가 시종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종교가 인간을 혹사하고 노예화 시켰다'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말이 머리를 무겁게 했다.

성베드로성당의 웅장하고 화려한 내정 모습에 압도 된다. 천하 죄인들이 다 굴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과 이어진 회랑을 통해 웅장한 성베드로 성당. 사진촬영이 금지된 교황 선출장소 시스티나 성당을 구경하고, 교황의 집무실 앞 광장에서 인증샷을 했다.

교황청 지하주차장에서 차가 막혀 힘들게 이동, 모처럼 한국식당에서 중식을 했다. 이탈리아한국식당은 영업실적이 별로라고 한다. 자존심 강한 국민들이 타국 문화에 별로 반응이 없는데다 우리나라 자체를 잘 모른다고도 한다. 자본주의의 세상에서도 꿋꿋하고 의연한 국민정신이 부럽다. 그런데 진정 그게 맞는 것일까. 자본주의 세상에서 로마인의 헛된 자존심은 아닐까.

오후엔 그 유명한 콜롯세움과 로마 유적지 일대를 탐방했다. 고고학자가 아니라도 감탄의 연속이다. 땅을 파면 유적이 나온다는 곳이 바로 로마다. 벤허경기가 열린 벤허경기장을 거쳐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스페인 계단, 트래비 분수 등을 관람하고 숙소가 있는 휴지로 돌아왔다. 유럽 관광은 언제나 화장실이 문제였다. 공중 화장실이 없어서 바나 식당 등에서 '영업실적'을 올려주고 난 뒤 주로 지하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불안하고 불편하다.

콜롯세움, 이름처럼 날카로운 기운이 감돈다. 영화든 만화든 수 없이 만들어진 상징물이 그 곳에 있다. 검투사의 숨소리, 짐승의 포효소리가 석양의  노을을 타고 로마에 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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