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골든 타임' 엘리베이터, 불나면 '저승사자'로 돌변

'시민기자의 힘'으로 대한민국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인터넷신문 <세이프타임즈>가 12월 1일 창간합니다. 청소년에서 주부, 고위 관료,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안전'이라는 단어에 재능기부를 합니다.

시민기자들은 당리당략, 불편부당, 진보,보수라는 프레임을 배제합니다. 가족, 사회안녕을 위해서 참여했습니다. 생활속에 투영된 '안전불감증'을 고발하는 '세이프가디언'을 자처합니다.

재난에는 반드시 그 신호가 있습니다. '시그널'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대이동을 하는 것은 동물입니다. 인간에는 그런 감지기능이 없습니다. 혹독한 대가, 악몽같은 학습을 반복하지만 쉽게 망각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세이프타임즈>가 망각의 주기를 짧게 하는 일에 나섭니다.

<세이프타임즈>가 창간기획으로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 이라는 주제의 기획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민기자 뉴스룸에서 시민, 전문가들이 토론을 거쳐 첫 기사를 선보입니다. 첫 기획으로 초고속성장을 상징하는 승강기(엘리베이터)의 명암을 조명합니다.

<세이프타임즈>는 인터넷(www.safetimes.co.kr)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safetimes2015)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 27일 낮 12시 36분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의 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진입대원과 구조대원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문대영 전문위원
▲ 27일 낮 12시 36분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의 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진입대원과 구조대원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문대영 전문위원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 <1> 승강기 '저승사자'로 돌변할 수 있다

영화속 한 장면. 주연배우가 승강기 안에서 혈투를 벌이고, 로프를 타는 장면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요. 전문가들은 영화속 이야기로 일축한다. 화재가 생기면 엘리베이터는 생명을 단축하는 '괴물상자'가 될 수 있다.

최근 A지역 B건물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안전요원이 승강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훈련을 받은 '안전전문가'가 하필이면, 승강기에서 숨진 것일까.

<세이프타임즈>가 시민기자 뉴스룸에서 화재시 승강기를 타면 위험한지를 집중 점검했다.

이명상 시민기자편집위원회 위원장은 "화재로 건물에 정전이 되면 승강기 운행이 정지돼 피난이 어려워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열이 상승하면서 안전장치들이 문제가 생겨 추락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승강기 내·외부 도어는 광센서에 의해 개폐되는 시스템이기에 유독가스 유입으로 문이 닫히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전요원이 승강기 내부에서 숨진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광센서로 작동하는 승강기 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질식도 우려된다. 시민기자 김윤정씨는 "승강기가 이동하는 수직 관통 부위는 연기 이동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라며 "보통은 연기 수평 이동속도가 0.5~1m/s 이지만, 수직 관통 부위는 3~5m/s 정도로 연기가 집중된다"고 말했다. 화재발생으로 승강기 이동 구간에 연기가 집중돼면서 '연기통로'로 돌변해 질식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윤병희 국가기술표준원 승강기 기술위원은 "엘리베이터는 일반·비상·피난용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용은 화재가 발생하면 자가발전원에 의해 피난층으로 화재 관제 운전을 해 대피, 대기하게 된다"면서 "비상용은 비상전원에 의해 소방관 전용으로 화재진압과 구출용으로 운행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소실되더라도 기능이 다할 때 까지 움직인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피난용은 건물에 지정된 대피층에서 1층의 피난층으로 운행하면서 입주민을 대피시키는 용도로 사용된다"며 "비상, 피난용은 방수·내화구조로 제작되는데 연기를 100% 차단하려면 엘리베이터 탑승장을 가압해 연기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화재가 발생하면 승강기 이동통로는 거대한 연기 굴뚝으로 돌변할 수 있다. ⓒ 서동명 기자
▲ 화재가 발생하면 승강기 이동통로는 거대한 연기 굴뚝으로 돌변할 수 있다. ⓒ 서동명 기자

시민기자 설영미씨는 "해묵은 승강기는 방화구획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아, 화재시 승강기를 타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라며 "몇 년 전 서울 강남지역의 L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불이 났는데, 직원이 진화를 위해 승강기에 탑승했다가 멈추면서 숨진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롯데월드타워(123층)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검토한 경험이 있는 윤병희 기술위원은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에 피난용 승강기가 의무화됐다"면서 "화재시 연기가 들어가도록 건축설비를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안전처가 인정하는 엘리베이터 방화도어는 화재시에 비차열 기준을 적용하기에 연기차단이 어렵다"면서 "국민안전처는 심각하게 연구해 큰 사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승강로를 이용한 차압시설을 생각해 볼 때"라는 김도수 시민기자(건축특급기술자)는 "승강로 차압으로 연돌현상과 피스톤 효과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연돌현상' 이란 실내·외 온도차로 기압차가 생기게 되고 건물내부에 거대한 공기기둥이 만들어지면서 상층부로 화재 연기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배규범 소방기술사는 "승강기가 화재층에 멈춘 후 문이 열려 사망한 사례가 많다"면서 "승강기를 화재신호와 연동해 무조건 피난층으로 무정차 복귀시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명상 위원장은 "화재 현장에 있다보면 패닉상태가 돼 인지능력 저하로 평소 하던대로 몸이 반응한다"면서 "아무일이 없을 때는 이성적 판단으로 승강기를 타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패닉상태에 빠지면 살기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평소 피난 및 대피훈련시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축된 건물은 화재시 승강기가 최상층이나 피난층으로 복귀해 열린 상태로 대기하는 시스템이지만, 대부분의 승강기는 이같은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면서 "화재신호와 연동해 승강기가 정지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27일 낮 12시 36분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의 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진입대원과 구조대원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문대영 전문위원
▲ 27일 낮 12시 36분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의 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진입대원과 구조대원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문대영 전문위원

정회중 시민기자(전기·소방 특급기술자)는 "건축물 높이가 31m를 초과하면 특별피난계단실 과 부속실에 제연설비를 한다"며 "정전이나 화재시 비상발전기 전원을 공급해야 전실 제연팬이 동작해 비상용 승강장내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주고 비상용 승강기도 운행돼 제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상황에서 '망각'이라는 인간본능이 때로는 더 위험해 질 수 있다. 화재시 '승강기를 타지 말라'는 충고를 간과하면 저승으로 가는 '죽음의 상자'에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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