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요즘 세이프타임즈를 통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자주 가는 건설현장에 안전시설물 하나하나에 눈이 머물고 길을 걸으면서도 주변을 살피게 된다. 때로는 평소에 의식하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안전이라는 두 글자를 너무 멀리서 찾았음을 반성해 보는 일이 있었다.

아침에 아파트 복도 벽에 있는 한 시설물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자동 차압 가압 조절형 급기 댐퍼' 라는 장치로 화재 시 외부 공기를 이용해 연기 침투를 조절하는 시설이었다. '손잡이를 눌러 문을 열고 스위치를 누르라'는 사용법과 함께 ‘평상시 숙지하세요’ 라고 쓰여 있었다. 화재 발생 시에 사용하기 위해 평상시에 숙지하라는 것이다.

서동명 세이프타임즈 재난안전2부장

궁금한 마음에 한참을 쳐다보며 나 자신의 안전의식을 돌아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모 광고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지나다니던 통로에 있었지만 입주한 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건설인이라는 직업으로 인해 입주 전부터 아파트 구석구석을 점검했는데 그때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못 봤다는 말이 맞다. 시공이 도면과 일치한 지와 일상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만 찾았지 생명과 관련된 소방시설은 생각을 못 했다.

'만약 우리 아파트에 불이 나면 소방관이 오기 전에 소방시설을 제일 먼저 이용해야 할 사람은 누굴까?'라는 생각을 하니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얼마 전 우리 아파트에 전기 레인지가 과열돼 불이 났었다. 다행히 스프링 클러가 작동해서 전기레인지만 태운 채 바로 진화된 일이 있었다. 주민들은 스프링 클러가 작동되는 것을 보고 소방설비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말했다. 평소에 천정에 이것저것 달린 것을 보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일부 주민들도 이제는 관심을 두게 됐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 있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한 보이지 않는다. 이웃집에서 불이 나서야 관심을 두는 것처럼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파트 소방안전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일부 소화전은 택배 보관함으로 사용되고 때로는 자전거와 화분으로 막혀있고, 소방점검이 온다 하면 잠시 치우고 다시 가져다 놓지는 않는가? 집 앞 소화기를 들어는 봤는가. 집 주변에는 어떤 소방시설이 있는지 아는가, 사용법은 숙지하는가 이 기본적인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일반 아파트에 있는 소방시설
제연설비인 '자동 차압 가압조절형 급기 탬퍼'

겨울이 왔음을 알리듯 언론에서 화재예방에 대한 홍보가 많아졌고, 아파트 게시판에도 안내문이 붙었다. 오늘 저녁에는 현관 앞 소화전도 열어보고 소화기도 흔들어보고 소방시설사용법도 자세히 읽어 봐야겠다.

‘평상시 숙지하세요’ . 과연 나는 하고 있는가 ? 물음에 예라고 답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운 하루였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 우리 집, 우리 직장 소방시설을 먼저 확인해보고 나서 타인에게 안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을 감히 제안해 본다. 지금 소화전을 열어보자. 소화기를 흔들어 보자. 사용법을 숙지하자. 그리고 소방안전을 이야기 하자.

나부터 이제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봐야 할 것들을 보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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