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가톨릭 교구는 성적 학대를 신고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같은 발표는 수십년 동안 시달려 온 성범죄 스캔들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 단체 안에서 일어난 수많은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가톨릭이 먼저 칼을 뺐다고 볼 수 있다.

"법 아래 권위가 있다."

범죄 보고를 의무화한 것에 찬성한 찰스 대주교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범죄를 처리하는 규정이 없던 세계 각지의 성직자들도 이같은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앞으로 8개월 동안 세계 곳곳의 성직자들은 이에 대한 세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교황은 신고일부터 90일 이내로 조사할 것 등을 제외한 나머지 규정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교황이 큰 규정만 정해놓은 법안엔 각 교구가 처벌 조치 등의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로운 법을 발표하면서 "가해자와 범죄 경위는 외부에 알리지 마라"며 여전히 성직자를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라고 지시했다.

2012년 미국 캔자스의 한 주교는 아동에게 성적 학대를 해 온 사실이 발각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가톨릭 교회는 주교의 신변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사임시켰다. 가해자에 대한 처우에 말이 많았지만, 가톨릭 교회는 끝까지 사건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 세이프타임즈 김희리 기자
▲ 세이프타임즈 김희리 기자

내부 안에서 성직자의 범죄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조사단이 내부 인원으로 구성되면 범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같은 환경과 위치에 놓인 입장에서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폭행을 저지르고도 사죄를 하지 않는 종교인의 태도에 상처를 받은 이들이 많다. 교황이 세계 각지의 가톨릭 교회를 대상으로 범죄를 보고받고 조사할 수 있는 법안을 발표한 일은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범죄 발생 90일 이내 조사, 보고 의무화 등 일부를 제외하곤 체계적이고 투명한 비전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피해자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보호 받으려면 독립된 제3자가 조사해야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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