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신성하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말이다. 과연 노동은 신성한가. 그것은 노동의 행태에 따라 다르게 생각될 수 있다.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명확히 구분되는 노동을 신성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기계 부속품처럼 반복되는 노동도 마찬가지다. 노동이 '신성'이라는 가치를 얻으려면 자신이 노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러나 임금노동자들은 대부분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객체에서 주체로 일어서고자하는 노동운동의 역사는 참으로 고달픈 과정을 겪어왔다.

봉건시대에는 영주가 잉여물의 대부분을 착취했다면 산업혁명 이후에는 자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산업화의 절정에 이르던 1886년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자본가들은 다이아몬드 이빨에 100달러 지폐로 담배를 말아 폈다고 한다. 반면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주급 7~8달러의 저임금에 허덕였다. 각종 직업병은 덤으로 얹혀지는 '선물'이었다.

결국 5월1일 시카고 노동자들은 총파업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소박했다. 하루 8시간 노동과 8시간 휴식, 8시간 수면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이다.

그러나 경찰은 농성중인 어린 소녀 등 6명을 살해했다. 분노가 극에 달한 노동자들은 시카고 헤이 마켓광장에서 3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경찰은 또다시 폭력으로 진압했고 수많은 노동운동가들이 체포되고 탄압을 받았다.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그러나 5월의 투쟁은 노동절로 부활했다. 매년 5월 1일 전 세계 노동자들이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는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동절은 조선노동총연맹 주관으로 열렸다.

그러나 1945년 광복후 미군정은 노동운동을 탄압했다. 여기에 맞서 노동자들은 1946년 9월 총파업, 1947년 5월 1일 남산에서 30만 군중이 모인 대규모 노동절 행사를 강행했다.

이승만 정권은 '노동절'이라는 이름마저 빼앗았다. 1959년 '대한노총'이라는 어용단체를 만들어 대한노총 창립기념일인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지정했다. 이후 노동운동단체의 고단한 투쟁끝에 1994년에 와서야 '5월1일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된다.

'근로자'와 '노동자'라는 이름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작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근로자'는 의무적이고 피동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노동자'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상징성을 나타낸다.

'능동'과 '피동'이라는 것은 노동의 가치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이승만 이후 독재정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회주의를 연상케 하는 '노동'보다는 열심히 일만하는 '근로'가 구미에 맞았던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왔다. 오월은 노동절이라는 명찰을 달고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도 '노동절'이나 '노동자의 날' 보다는 '근로자의 날'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대부분의 달력도 '근로자의 날'로 표기하고 있다.

노동의 신성함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 이름을 찾는 일부터 선행돼야 한다. 내년부터는 명실상부한 '노동절'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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