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날두'로 촉망을 받았던 브라질의 15살 축구 선수 크리스천 에스마리오.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고, 운동장을 질주하는 모습도 볼 수 가 없다.

지난 2월 8일 남아메리카의 명실상부한 최고의 축구단이라고 불리는 'CR 플라멩구(Flamengo)'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청소년 국가대표 훈련소 화재는 유망주 10명을 삼켰다. 

14~17세 선수 13명은 무사히 탈출했지만, 10명은 끝내 기숙사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 기숙사는 주차장을 세우기 위해 지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크리스천은 이 가운데 한 명이었다. 

대박을 노리는 축구 양성소 화재로 브라질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 크리스천의 아버지는 더 많은 '몸값'을 받기 위해 변호사들과 입씨름을 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크리스천의 빈자리를 뚫고 CR 플라멩구에 입성하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화재로 브라질 젊은이들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시스템의 부조리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CR 플라멩구 축구 스카우터 스티발은 자신이 영입한 세 명의 선수를 위한 추모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이들을 애도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진정한 애도는 아닌 듯 해 보인다. 야심에 찬 부모들이 숨진 선수 대신 자신의 자녀가 플라멩구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쓴 글로 가득하다.

이처럼 브라질 축구업계는 통제불능 상태다. FIFA 관계자는 "처음엔 유망한 선수를 키우려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연간 70억달러를 창출하는 국제시장으로 변모했다"며 "투기적 환경에서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은 공산품과 같이 사고 팔린다. 브라질에서는 가장 수익가치가 높은 아이들을 '보석'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대박의 꿈을 품고 가족들은 6000㎞를 넘은 거리로 이사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랑겔 스포츠 저널리스트는 "한 명을 선택해서 훈련시키다가 안 좋은 '상품'이면 버리는 방식"이라고 축구단의 행태를 꼬집었다.

화재 당시 곤히 자고 있던 20여명의 축구 유망주는 대부분 가난한 가정 출신이었다. CR 플라멩구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단 한번도 강등된 적 없는 축구단으로 명예와 권력을 갖고 있다.

CR 플라멩구가 "수백만달러를 투자해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안전의 사각지대였다. 브라질 당국은 "화재 당시 20여명이 취침하던 기숙사는 임시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곳이었다"며 "정기적으로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브라질 연방 규정은 청소년 10명당 1명 이상의 보호자가 필요하지만 화재발생 당시 성인은 없었다. 생존자들은 "기숙사에서 유일한 출구도 멀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규정에서 요구하는 10m보다 출구는 훨씬 먼 곳에 있었다. 각 방에 있는 창문도 철창으로 막혀 있었다.

▲ 세이프타임즈 김희리 기자.
▲ 세이프타임즈 김희리 기자.

크리스천과 같은 방에 있던 한 소년은 수사관에게 "탈출할 때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며 "나는 간신히 빠져 나왔지만, 190㎝ 골키퍼인 크리스천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상황을 전했다.

구조대원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때 크리스천은 심각한 화상으로 신원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스타'를 급조해 수출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부실한 시설이 결국 유망주의 모든 꿈마저 삼킨 것이다. 사고 당시 크리스천은 CR 플라멩구와 첫 정식 계약을 몇 주 앞둔 상태였다. 부모에게 집을 장만해주려던 크리스천의 희망도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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