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규모 확인조차 벅차고 긴급신고 빗발
"살다 이런 큰 불 처음" 버스도 불길 덮쳐

▲ 4일 오후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으로 속초 시내까지 위협하고 있다. ⓒ 독자 제공
▲ 4일 오후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으로 속초 시내까지 위협하고 있다. ⓒ 독자 제공

버스는 불에 타 녹아 내렸다. 화마는 민가를 집어 삼키고 있다. 

시커먼 연기는 하늘을 뒤덮었다. 화마는 인간의 행동을 비웃듯 전쟁이나 재난영화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영토를 넓혀 가고 있다.

지난 4일 강원 고성에서 촉발된 산불이 속초로 번지고 있다. 말 그대로 강건너에서 불구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압할 사람도 없고,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화마는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불씨는 도깨비불이 됐다. 사이렌 소리는 쉴 새 없이 들린다. 고성과 속초를 잇는 7번 국도 주변은 완전히 '초토화'된 상황이다.

시민 박모씨는 "대피하라는 재난문자가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다"며 "휴대폰 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아 친인척의 안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에서 세력을 형성해 도시를 집어 삼키고 있는 화마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  4일 오후 7시 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에서 산불이 확산돼 피해가 커지고 있다. ⓒ  독자 제공
▲ 4일 오후 7시 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에서 산불이 확산돼 피해가 커지고 있다. ⓒ 독자 제공

또 다른 시민 김모씨는 "천수답 농민처럼 처럼 빨리 새벽이 오고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재난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져 있다"고 말했다.

집과 건물이 불에 타는 모습이 목격한 곳만 수십곳에 달한다. 화마가 기습한 곳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장사동 일대는 연기로 가득해 취재 차량이 진입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한 언론사 사진 기자는 드론을 띄워 취재를 시도했지만, 순식간에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속초고 기숙사에도 불이 번졌다는 소리에 취재진들이 접근하려 했지만, 농연에 앞이 보이지 않아 차를 돌려야 했다.

불은 속초시 교동 아파트단지 인근까지 번지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며 대피하고 있다.

시민 최모씨는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고 집을 나왔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5일 강원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동해시까지 위협하고 있다. ⓒ 독자 제공
▲ 5일 강원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동해시까지 위협하고 있다. ⓒ 독자 제공

주민들은 급한 대로 여행용 가방이나 쇼핑백 등에 짐을 꾸려 대피소를 향하고 있다.

집 안에 남은 주민들은 창밖으로 멍하니 불길을 쳐다봤다. 인근 도로 역시 대피한 차들로 막혀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시민 권모씨는 "참새까지 떨어져 죽은 것을 봤다"며 "강풍에 산불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런 큰 불은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모씨는 "양양과 낙산 산불은 산불도 아니었다"며 "불이 막 날아 다니는 불바다를 연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임시대피소가 마련된 동광중학교 분위기가 침통하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피한 노인부터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도 있었다.

대피소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현장지휘소가 마련된 고성군 토성면사무소 역시 초대형 산불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유명 관광 시설들이 불에 탔다는 얘기도 전해 지고 있다.

소방청이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주불을 잡았다"는 뉴스는 전해 지지 않고 있다.

▲ 지난 4일 오후 11시 46분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 독자 제공
▲ 지난 4일 오후 11시 46분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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