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 물줄기가 세종보에 막혀 힘겹게 흐르고 있다. ⓒ 세종시
▲ 금강 물줄기가 세종보에 막혀 힘겹게 흐르고 있다. ⓒ 세종시

강은 예로부터 문명을 꽃피우고 물고기를 살찌우고 대지를 풍요롭게 했다. 강물에 실린 모래톱은 지친 새들의 쉼터가 되고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젖줄 역할을 했다. 모든 것이 흐르는 강물이 베푼 축복이다.

그러나 2008년 12월 29일 낙동강 지구를 시작으로 우리의 어머니 같은 강은 대전환기를 맡는다. 약 4년 4개월에 걸쳐 한강, 영산강, 금강, 낙동강에 22조원을 쏟아부은 대규모 토목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른바 4대강 사업이다.

4대강을 준설하고 하천의 저수량을 늘려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게 주된 목표였다. 여기에 농업용수확보와 홍수조절용으로 보를 설치하는 등 부수적인 공사도 시행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그 자체의 목적보다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포석임이 감사원감사 결과 밝혀졌다.

2010년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절반 가까운 국민이 반대(49.9%)했다. 찬성은 36.7%에 불과했다.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환경평가 기준까지 고쳐가며 밀어붙이는 등 편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판은 국내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2010년 7월 일본 람사르 네트워크 대표 '호리 료이치'는 "한국이 람사르 총회를 개최한 나라가 맞는가? 4대강 사업은 명백한 환경파괴사업이다"며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자신들이 폐기한 독일운하사업을 굳이 한국에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냉소적인 보도도 있었다.

이처럼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의 성적표는 어떤가. 2015년 9월 KBS는 <흐르지 않는 강, 낙동강 어부의 증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물고기 집단 폐사를 보도했다. 2016년에는 이른바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4대강 전반에 걸쳐 녹조현상이 나타났고 특히 낙동강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졌다.

오염을 정화한다는 황당한 로봇물고기는 흔적도 없고 강물은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했다. 자전거 도로는 뜯기고 새들은 머물 곳을 잃고 자리를 떠났다.

홍수로부터 안전해졌다는 평가가 있으나 홍수조절은 댐과 지천이 그 역할을 한다. 보는 물을 가두고 그 물을 썩게 만드는 것 외에 크게 이로움을 주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정부가 금강 세종보, 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완전 철거하고 공주보는 상부 통행용 다리는 그대로 둔다는 계획이다.

모든 일에는 찬·반 양론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공주시민단체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홍수와 농업용수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공주는 대청댐 건설 이후 홍수가 났다는 기록이 없다. 공주보와 홍수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물론 반대하는 단체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4대강 공사과정에서 일어났던 갈등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보였는지 우린 뼈저리게 경험했다. 필요하다면 반드시 마땅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보 철거비용을 문제 삼는 언론보도도 있다. 그러나 유지했을 때 비용을 고려하면 철거가 유리하다.

환경부는 철거에 900억원, 유지에는 약 두 배인 1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단순히 금전적으로 산출할 수 없는 수많은 생명 값도 함께 매겨져야 한다.

우리는 흔히 강을 생명의 젖줄이라 부른다. 어떤 식으로든 젖줄이 막히면 산모는 고통을 받고 그 영향은 아기에게까지 미친다. 막힌 물줄기로 인해 강산이 신음하면 결국 그 피해는 전 국민이 안게 된다.

만시지탄 이지만 이제라도 꼭 필요치 않은 보는 철거해서 생명의 강줄기가 도도히 흘러 이 강산에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게 하자.

강은 본래 자연의 것이다. 인간중심의 탐욕이 어떤 재앙을 미칠지는 굳이 경험해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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