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했다.

피해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인 '반올림'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해 무려 10년 이상 이어져 온 양측의 갈등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2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공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지난 21일 보고했다.

반올림도 같은날 '조정위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정위원회는 지난 18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각각 발송했다.

지금까지는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하면 양측이 이를 수락 혹은 거부할지 결정하는 '조정' 방식이었으나 이번에는 조정위원회가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중재 결정을 내리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한쪽이라도 이를 거부할 경우 더 이상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이르면 2개월 뒤에 나올 중재안의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수용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 21일 이 같은 입장을 조정위원회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무려 1000일 이상 농성을 벌여온 반올림 측도 조정위원회가 사실상 '최후 통보'를 해온 데 대해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실상 '타결 선언'만 앞두게 됐다.

중재위원회가 정리할 '제2차 조정 최종 중재안'에는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 방지와 사회공헌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조정위원회는 양측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오는 10월까지 반올림 피해자 보상을 모두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2007년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계기가 된 '10년 분쟁'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종 결론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정위원회가 '마지막 카드'를 제시한 게 해결의 돌파구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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