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암호화폐가 세계를 달구고 있다. 덩달아 화제가 된 용어가 블록체인. 혹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한 몸인 듯 얘기하지만 사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개발됐다. 그런면에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블록체인이란 금융거래 내역을 중앙 서버에 저장하는 일반적인 금융회사와 다르게 연결된 모든 사람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누구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공공 거래 장부(Public Ledger)'라 불린다. 거래장부가 공개돼 있고 모든 사용자가 사본을 가지고 있어 거래내역 위조가 불가능해 해킹위험에서 안전한 기술로 인정되고 있다.

▲ 임홍철 정보안전팀장
▲ 임홍철 정보안전팀장

블록체인 기술은 결재·송금·행정 등 사업 전 분야에 걸쳐 활용이 검토되고 있을 정도다. 국내 굴지의 한 카드사는 거래내역을 인증업체를 통해 건건이 인증받아야 했던 기존 방식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다고 홍보할 정도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개발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도 피해가지 못하는 '장벽'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충돌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몇가지 점에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상충된다.

우선 정보주체의 삭제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등록된 거래내역에 대한 삭제가 불가능하도록 구현돼 있다. 정보주체가 아무리 삭제를 원해도 자신의 거래정보를 삭제할 수 없어 '잊혀질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

정보 주체가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서 본인의 정보를 힘들게 삭제할 수 있었다고 해도 수많은 타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본인의 거래내역을 찾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전한 삭제를 보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구현 개념이 타인과의 정보공유를 전제로 하기에 본의 아니게 동의 없이 제삼자의 정보를 보유하게 된다. 타인의 정보를 보유하는 경우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요건과 불일치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해야 할 개인정보보호법과의 대표적 불일치 사항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발전하는 기술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어쩌면 기술이 법에 대한 고려 없이 개발되는 것일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이미 시대의 대세로 자리 잡은 작금에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 무엇 하겠는가. 법은 기술이 발전하는데 발목을 잡지 않고, 기술은 법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함께 발전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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