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건물 화마는 순식간에 29명을 삼켰다. 이날 오후 9시30분 현재 29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시간은 오후 3시 35분이다.

1층 주차장 쪽에서 시작된 불은 계단 통로 등을 따라 삽시간에 8층까지 번졌다. 건물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외장재인 '드라이비트'로 꾸며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길이 1층 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하나 밖에 없는 출입구가 완전히 봉쇄되면서 건물 내부에 갇힌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길목이 차단돼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다.

건물에는 목욕탕, 스포츠센터, 레스토랑 등 다중이용시설이 집중돼 있어 낮에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었다. 시설 인테리어가 대부분 유독 가스를 배출하는 재료들로 돼 있어 불이 붙는 순간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연기와 유독가스가 발생했다.

사망자들은 불에 노출돼서 입는 화상보다 대부분 연기에 질식해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건물 내에서 뿜어내는 유독 가스로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다"며 "건물내부에 있다가 유독 가스를 미처 피하지 못하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망자 29명 가운데 20명이 2층 목욕탕에 집중됐다.

목욕탕은 출입문이 좁아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설을 자주 이용했다는 김모씨는 "목욕탕 입구가 2∼3명이 오가기 버거울 정도로 좁았다"며 "연기가 많이 나고 놀라서 경황이 없는데다 입구도 좁아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물은 애초 소유주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올해 경매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정에서 방재 시스템, 소방시설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화재 초기에 신속한 구조ㆍ화재 진압 등 적절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화를 키웠다. 소방청 관계자는 "스포츠센터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서 화재 현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필요한 7∼8ｍ의 도로 폭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출동한 굴절 소방 차량도 고장 나면서 고층에 대피해 있던 주민들 대피도 지연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날씨가 너무 추워 밸브가 터지면서 한동안 굴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간업체의 스카이 차가 8층에 있는 주민 3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29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수색작업이 끝나지 않아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