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책에 공저자로 이름 넣은 국립ㆍ사립대 교수들 벌금 1000만~1500만원

남의 책을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인 것처럼 출간하는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펴내고 교원 평가자료로 제출한 대학교수들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2012년 말 학계의 불법적인 표지갈이 관행을 검찰이 대대적으로 적발한 이후 사법부의 최종 유죄 판단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31일 저작권법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방 국립대 교수 김모(57)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사립대 교수 2명도 벌금 15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범죄는 성립하고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2010년 9월 '전기회로'와 관련된 서적을 자신이 쓰지 않았는데도 공저자로 표시해 발간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는 이 서적을 교원 업적평가 자료로 학교에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받았다.

다른 두 명의 교수 역시 저작자가 아닌데도 이 책에 공저자로 이름을 넣었고, 이후 학교에 교원 업적평가 자료나 교수 재임용 평가자료로 제출한 혐의(저작권법위반과 업무방해)를 받았다.

1심은 "책이 최초 발행된 후 오ㆍ탈자를 수정해 다시 발행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것은 저작권법이 처벌하는 '공표(公表)' 행위가 아니다"라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저작권법은 남의 저작물에 이름을 바꿔 공표한 자를 처벌하는데, 공표를 최초 발행으로 축소해 해석한 것이다.

대신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업무방해죄만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저작권법상 공표는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공중에게 공개하거나 저작물을 발행하는 것"이라며 "저작자를 허위로 표시하는 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이전에 공표된 적이 있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2심은 저작권법 위반도 유죄로 보고 벌금 1500만원을 새로 선고했다.

김씨 등은 실제 저작자가 동의한 가운데 공저자로 책을 발행했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비슷한 '표지갈이' 수법으로 연구성과를 부풀린 국립대 교수 김모(44)씨와 임모(35)씨도 같은 날 대법원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과 1000만원이 확정됐다.

앞서 검찰은 2012년 12월 표지갈이에 가담한 대학교수 179명과 출판사 임직원 5명 등 184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또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무더기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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