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공무원 임용 시행 규칙 개정

"소방공무원 간부급 채용 필기시험에서 수석을 한 여성 응시자가 가슴둘레(흉위)가 작다는 이유로 최종면접도 못보고 탈락했다."

지난해 4월 한 방송의 보도로 시작된 뉴스는 '인권침해'를 놓고 논란이 가열됐다. '가슴둘레가 키의 절반 이상이 돼야 한다'는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성계 반발은 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 공무원채용에서 신체조건에 제한을 두지 말라고 권고, 경찰도 신체조건을 폐지했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는 '적폐 집단'이라는 몰매를 맞기에 충분했다.

"방화복 사이즈 때문"이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소방본부 관계자는 "그것과는 상관이 없고, 체력과 체격 때문에 들어갔다"는 해명은 통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운동을 많이 할수록 가슴 둘레는 커진다"며 "너무 마르면 힘이 없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에둘렀다. 비난은 더 심했다.

당시 이 관계자는 '비보도'를 전제로 "성인 남자도 소방호스를 잡기 힘들지 않느냐"며 "소방은 경찰과 달라 화재진압에서 강력한 체력을 요구하는데 그게 흉위와 무관치 않다는 연구결과 있지만 차마 말을 못하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중앙소방본부가 흉위 규정을 폐지하기로 여론에 백기 투항했다. 37년만에 가슴둘레가 작아도 소방공무원 지원이 가능해졌다.

국민안전처는 소방관 선발시 흉위 기준을 없애는 내용의 '소방공무원임용령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소방관 신체조건 가운데 흉위 기준이 폐지되는 것은 소방공무원법이 제정 · 시행된 1978년 이후 37년 만의 일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그동안 흉위가 두꺼워야 심폐지구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해왔지만 흉위와 체력과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학계로부터 받았다"면서 "체력검정 중 왕복(오래)달리기 항목에서 심폐지구력 측정이 가능한 점도 감안됐다"고 지난해의 해명을 번복했다. 이어 "소방공무원 신규채용 신체조건 완화로 더 많은 우수인재가 소방공무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역 소방관들 사이에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 소방관은 "37년간 지켜 온 소방관 채용에 대한 학계 논리가 1년만에 바뀌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소방본부가 여론에 밀려 규칙을 개정한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인권침해 부분이 있어서 참 말하기 민망하다. 어쩌면 국민안전을 위한 중요한 사안을 쉽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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