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SRT 경쟁으로 가격ㆍ서비스 개선 ··· 객실 진동 해소ㆍ수익 개선 등은 숙제

▲ SRT서울 SRT 수서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서고속철도(SRT)가 개통 6개월 만에 총 890만명의 승객을 실어나른 것으로 나타났다.

SRT 개통으로 서울 강남권의 철도 접근성이 향상되고, KTX와의 가격 경쟁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행 초기 지적됐던 진동으로 인한 승차감 문제와 수익 개선을 통한 안정적인 운영 등은 숙제로 꼽힌다.

◇ 하루 평균 이용객 4만9천명ㆍ정시율 99.8%

12일 ㈜SR에 따르면 SRT 이용객은 지난해 12월 9일 개통 이후 이달 8일까지 총 89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만9천여명이 이용한 셈이다.

노선별로는 경부선 이용객이 685만명, 호남선이 205만명을 각각 기록했다.

주말로 분류하는 금∼일요일(5만8천여명)에 평일인 월∼목요일(4만3천여명)보다 더 많은 승객이 몰렸다.

최다 이용객 기록을 세운 날도 일요일인 지난달 7일이었다. 이날 하루에만 6만7천661명이 SRT를 탔다.

구간별로 보면 수서∼부산 구간 이용객이 하루 평균 7천47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서∼동대구(5천911명), 수서∼광주송정(3천751명), 수서∼대전(3천235명), 수서∼울산(2천180명) 등 순이었다.

역별로 보면, 서울·수도권 동남부 고속철 기점이 된 수서역을 하루 3만1천333명이 이용했으며, 동탄역 5천479명, 지제역 1천913명 등이었다.

지방 역사도 부산역 1만4천583명을 비롯해 동대구역 1만1천596명, 대전역 6천964명, 광주송정역 5천595명 등의 실적을 냈다.

이용객도 매달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통 첫 달인 작년 12월 하루 평균 이용객 4만3천870명에서 올해 1월 4만7천599명, 2월 4만9천379명으로 늘었고, 3월 4만6천656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4월 5만1천270명, 지난달 5만2천585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SR 관계자는 "전통적인 여행 비수기인 3월을 제외하고 이용객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철도연맹(UIC) 기준 SRT 정시율은 99.8%로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UIC 기준은 도착시각을 기준으로 15분을 초과해 연착하지 않은 비율을 계산한다.

개통 이후 수입은 이달 7일 현재 2천612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 SRT 내부

◇ 수도권 동남부 고속철 접근성 개선

SRT 도입으로 서울·수도권 동남부 지역의 고속철도역 접근성이 개선됐다.

SRT 개통 전까지 이 지역 주민들은 고속철 이용을 위해 서울역이나 용산역까지 가야 했지만, 이런 불편이 크게 개선됐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이용자의 SRT역 평균 접근시간은 29.4분으로 KTX역 접근시간인 32.4분보다 3분가량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SRT 개통 이후 KTX도 서울역-경부선, 용산역-호남선의 구분을 없애고 가까운 역에서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접근성을 개선했다.

KTX 남부지역 고객유치를 위해 사당∼광명, 송내∼광명 구간에 셔틀버스도 도입했다.

SRT는 도입 초기부터 KTX를 겨냥해 '10분 더 빠르고, 10% 더 저렴한 SRT'를 모토로 내세우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약속했다.

기존 열차와 비교해 넉넉하고 쾌적한 좌석 공간, 특실 내 항공기형 선반 설치, 간식 서비스, 전 좌석 콘텐츠 설치, 무선인터넷 용량 확대 등 시설 개선에 투자했다.

스마트폰 이용자 증가에 맞춰 앱(App)을 통해 승차권 예약·결제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만들고, 출·도착 알람, 승무원 호출 메시지 등 서비스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받았다.

이런 전략은 가격·서비스 경쟁을 불러왔다.

'10% 저렴한 고속철'을 내세운 SRT에 맞서 KTX는 2013년 폐지했던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시켰고, 마일리지 적립 폭도 확대했다.

KTX는 또 인터넷 특가 할인율을 기존 5∼20%에서 10∼30%로 높이고, 승차율이 낮은 열차를 50%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 등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SRT 잡기에 나섰다.

서비스 부문의 경쟁도 불붙었다.

SRT가 전 좌석 콘센트 설치와 특실 음료·다과 제공 서비스를 내놓자 KTX도 기존 열차에 전원 콘센트를 설치하고 초창기 폐지했던 특실서비스를 부활시키는 등 반격에 나섰다.

KTX가 서울역 비즈니스 라운지 운영, USB 포트 등 스마트 설비 확충, 7년 만에 유니폼 교체 등 서비스를 개선한 것도 SRT 개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SRT 개통은 철도재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의 34%를 선로 사용료로 내는 KTX와 달리 SRT는 매출액의 50%를 납부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은 SRT 개통과 전체 고속차량 운행 증가에 따라 2015년 5천억원 수준이던 고속철 선로 사용료가 올해 약 7천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 SRT, 향후 과제는

도입 초기인 SRT는 안정적 운영과 승차감 개선, 연계교통체계 확충 등의 과제도 안고 있다.

SRT는 운행 초기 객실 내 심한 진동으로 이용객의 불만을 샀다.

인터넷상에는 진동이 심해 메스꺼움이나 멀미를 느꼈다는 경험담과 선반에 올려둔 짐이 떨어질 뻔했다는 등 글이 올라오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SR은 선로, 충격흡수 장치, 바퀴 밀착력 등 여러 요인을 놓고 조사를 벌여 바퀴 마모가 한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전 차량의 바퀴 삭정(깎는 작업)을 진행했다. 진동 제보가 많은 구간에서는 감속 운행했다.

SR에 따르면 삭정 작업이 끝난 열차는 실제 진동이 현저하게 줄었다. SR은 진동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삭정 등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부산발 서울행 SRT 열차가 고장으로 40여분 간 출발이 지연되는 사고가 있었고, 이달 1일에는 SRT 수서역 지하 1층에 빗물이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SRT 이용객 확대를 위한 연계교통체계 확충도 근본적인 숙제다.

정부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연계 등 수서역을 동남권 교통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지만, 현재 경기도 구리, 하남, 남양주, 광주 등 인근 도시와의 연계교통편이 부족해 승객 유치에 한계로 지적된다.

아울러 수익 개선을 위해 평일 승객 수요 확대와 연계 마케팅을 통한 다양한 열차상품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북적이는 SRT 수서역3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고속철(SRT) 수서역의 모습.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