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사막에 세워진 거대한 첨단 요새 인상…보안도 철저

중동과 아프리카의 요충지 이집트 남부와 동북부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모니터 생산 공장은 그야말로 황량한 사막 지대에 세워진 거대한 첨단 요새와 다를 바 없었다.

이집트 전체 TV의 소비자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두 가전 회사의 생산기지를 기자가 지난주에 차례로 다녀왔다.

지난 6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베니수에프주 와스타시 인근 콤아부라디(Kom Abu Radi) 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이집트 생산 법인을 먼저 찾았다.

카이로 시내에서 차량으로 황량한 사막 지대를 1시간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공장은 대규모의 첨단 요새를 연상케 했다.

이 공단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으로,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지금까지 1억8천300만 달러를 투자해 이룬 결과물인 셈이다.

2층짜리 공장 정면 상단부 한쪽에 붙은 'SAMSUNG ELECTRONICS EGYPT' 로고를 보고서야 삼성전자의 중동·아프리카의 생산기지 거점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부지 36만6천㎡ 대지에 차려진 삼성전자 공장 내부에는 간단한 신원 확인을 거쳐 검문소를 통과한 뒤 들어갈 수 있었다.

공장에 들어선 첫인상은 1년 동안 200만대를 생산할 정도의 복층식 구조가 자동화 시스템과 맞물려 짜임새 있게 얽혀 있는 점이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현지 인력 수백명이 숨 돌릴 틈 없이 평판 TV 부품 제조와 제품 조립을 하고 있었다. 이 공장에는 한국인 주재원 10명을 포함해 1천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공장에 설치된 전체 6개 주요 생산 라인을 거쳐 32인치부터 65인치까지 13종류의 TV가 만들어졌다.

일부 제조라인에서는 파란색 복장의 작업자들이 일렬로 달라붙어 진행 순서별로 특정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도 보였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조성한 클린룸에서는 LCD 패널에 광원장치 등을 합친 중간제품 LCD 모듈이 만들어지는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사이즈의 TV를 생산하는 탓인지 핵심 조립과 필수적으로 사람의 손길이 요구되는 공정 이외의 상당 부분은 자동화돼 있었다.

블록(block) 모양의 작업 단위로 주요 부품들을 조립·검사하는 작업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고효율 생산 시스템이란 인상을 받았다.

이 때문인지 TV 제조가 진행되는 시간을 계산하면 평균 8초꼴로 1대가 생산된다는 게 삼성전자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선 하루 평균 8천~1만대가 생산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체 생산품의 80%는 외국으로 수출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매년 이곳에서 생산된 TV 200만대 중 160만대가 외국으로 간다"며 "단일 외국 회사 기준으로 삼성의 이집트 수출 기여도는 1등에 해당할 정도"라고 자랑했다.

제조와 포장 공정을 마친 제품은 높이가 10m 이상으로 보이는 대형 창고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이 제품들은 창고와 연결된 문을 통해 트럭으로 옮겨져 이집트 시장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4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TV와 모니터 생산에만 주력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연말까지 누적 900만대 이상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최신식의 생산 시설이 삼성전자 경쟁력의 원천인 탓인지 보안은 매우 철저했다.

삼성전자 직원 모두는 자신이 보유한 신분증을 출입문 옆쪽에 설치된 보안검색기에 대야지만 문이 열렸고 제조라인마다 이동 공간이 제한됐다. 작업장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주요 생산 라인의 경우 사진 촬영도 엄격히 금지됐다.

또 공장 바깥으로 나갈 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차량 내부 수색을 받아야 했다. 취재 도중 접촉한 이집트 생산·판매법인의 주요 관계자 4명은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다만, 이 회사에 다니는 이집트 현지 직원은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에 큰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2012년 공장 설립 이전부터 삼성전자에서 일했다는 하디 바라카트(39) 현장 관리 매니저는 "우리가 만들면 표준이 되는 삼성에 근무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장 설립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이렇게 성장했고 'Samsung, made in Egypt'(이집트에서 만들어진 삼성)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에는 LG전자 이집트 생산법인을 둘러봤다.

카이로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텐스오브라마단(10th of Ramadan) 지역 알타자무아트(Al Tajamouat) 산업단지에 도착했다. 카이로 시내에선 46km 거리이다.

1990년 이집트에 처음 진출한 LG전자가 동북부 항구도시 이스마일리아에서 이전해 2014년 이곳에 새로 지은 공장이어서인지 세련된 디자인의 대형 요새 이미지를 연출했다.

자동화 체계가 접목된 TV 부품 조립 파트부터 대형 창고까지 매끄럽게 이어진 전체 460m 길이의 공장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깔끔한 분위기의 2층 사무공간을 거쳐 생산 라인 내부에 들어섰다. 그러자 옅은 회색 작업복과 방진모를 쓴 100여명이 2개 라인으로 구성된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2개 라인에서 동시에 생산되는 TV는 동일 기종이지만 사이즈는 조금 달랐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TV 사이즈는 32인치~65인치 사이로 크게 6종류라고 LG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포장 역시 중요 핵심 부분만 손길이 닿을 뿐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됐다. 전체적인 작업 공정이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이뤄져 한 직원이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의 협력사가 왕복 1차선 도로 맞은편 공장에서 부품을 제조해 LG전자 2층 생산 라인으로 올려보내면 TV 완제품을 연속해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김창한 LG전자 이집트 생산법인장은 "일괄생산 시스템에 따라 8초~15초에 1대꼴로 생산된다"며 "전 세계의 LG 공장 중에서도 가장 최신식 시설의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조립라인 바로 뒤쪽에는 작업자들이 교대하거나 잠시 쉴 수 있도록 3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의자 수십 개가 배치된 점이 눈에 띄었다.

포장을 마친 제품들이 공장의 맨 뒤편인 복층식 대형 창고로 옮겨져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작년 이 창고를 거쳐 간 TV는 100만대로 LG전자는 올해 13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보안이 철저했다. 직원들은 신분증을 보안카드기에 찍어야지만 작업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작업장 입구에는 CCTV와 연결된 대형모니터 10여대가 눈에 들어왔다.

출입문을 나갈 땐 경비원이 차량의 뒤 트렁크까지 열어 검사하며 유출 부품이나 제품 등이 없는지 확인했다.

LG전자는 평소 이직이 빈번한 것으로 유명한 이집트에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은 점을 하나의 강점으로 꼽기도 했다.

2004년부터 LG전자에서 일했다는 연구개발팀의 아미르 엘가자르(37) 매니저는 "이곳에서 근무한 직원들은 계속 장기근속을 하거나 간혹 떠나는 직원이 있다 해도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또 "안정된 전략과 성공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LG에서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어 뿌듯하고 기쁘다"고 했다.

김창한 법인장은 "자발적으로 떠나는 직원들은 현재 거의 없는 편"이라며 "이직률도 2%에 달할 정도로 매우 낮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베니수에프주 와스타시 인근 콤아부라디(Kom Abu Radi) 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이집트 생산법인 전경.
지난 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베니수에프주 와스타시 인근 콤아부라디(Kom Abu Radi) 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이집트 생산법인의 내부 모습.
지난 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베니수에프주 와스타시 인근 콤아부라디(Kom Abu Radi) 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이집트 생산법인의 사무실 전경.
지난 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베니수에프주 와스타시 인근 콤아부라디(Kom Abu Radi) 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이집트 생산법인의 내부 모습.
지난 8일 카이로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텐스오브라마단(10th of Ramadan) 지역 알타자무아트(Al Tajamouat) 산업단지의 LG전자 생산법인 전경.
지난 8일 카이로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텐스오브라마단(10th of Ramadan) 지역 알타자무아트(Al Tajamouat) 산업단지의 LG전자 생산법인 전경.
지난 8일 카이로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텐스오브라마단(10th of Ramadan) 지역 알타자무아트(Al Tajamouat) 산업단지의 LG전자 생산법인 내부 모습.
지난 8일 카이로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텐스오브라마단(10th of Ramadan) 지역 알타자무아트(Al Tajamouat) 산업단지의 LG전자 생산법인 전경.
지난 8일 카이로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텐스오브라마단(10th of Ramadan) 지역 알타자무아트(Al Tajamouat) 산업단지의 LG전자 생산법인 사무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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