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진,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가 비교적 적은 천혜의 국토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인적재난이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근본적으로 '건축 방재시스템(Passive Protection System)'을 재난에 견고한 구조로 구축하고, 미흡한 부분을 '소방방재설비(Active Protection System)'로 보완해야 한다.

인간은 어느 곳에서나 불을 사용하기에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화재를 미연에 방지, 귀중한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축물의 설계ㆍ시공감리ㆍ유지관리가 '삼위일체'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법이나 소방법 등 국가정책과 제도가 선진화돼야 한다.

안전과 환경 관련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 반면 관료의 업무편의나 기업이나 국민에게 불편한 잡다한 규제는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규제개혁으로 불리는 소위 '전봇대' 이야기가 화두였다. 무언가 큰 그림의 규제개혁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걸었다. 역시나 작심삼일, 물거품으로 흐지부지 됐다. 참여정부도 규제개혁은 말만 무성했다. 용두사미가 돼 오히려 규제는 더 복잡하고 다양해진 게 현실이다.

▲ 오상환 논설위원ㆍ재난과학박사

기업이나 국민에게 불편한 규제가 무성해지는 원인은 이해 당사자의 이권개입 등이 원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각종 규제나 법안을 입안하는 관료의 사고가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 이기주의와 행정편의로 기업이나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관료주의, 복지부동의 안일무사주의가 규제개혁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복잡 다양한 규제를 양산하는 부처의 관료 몇명에 의해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으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입법과정에서 신중한 검토를 거지치 못한 채 '정치싸움'에 허송세월하다가 어느날 무더기로 규제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입법과정이기도 하다.

소위 김영란 법의 탄생은 국민이 공직자들에게 선물을 주고 식사대접을 하도록 공직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규제들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직자는 이같은 잡다한 규제를 내세워 민원인을 괴롭힌다. 국민은 이같은 불편한 규제를 피하려 하고, 공직자에게는 부패를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방관련 법령과 화재안전기준도 수시로 개정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불합리하고, 모순된 규정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현장에서 '1인3역'으로 악전고투하는 소방엔지니어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면 안전이 확보될 것처럼 만들어진 법령이 그런 것들이다.

중대한 과실, 고의적 업무태만 등의 중대한 죄를 범했다면 단연 엄벌에 처해야 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기술자를 경미한 과실을 구실로 삼아 범법자로 취급하거나 불안과 공포심을 주는 것들이 규제개혁의 대상이 돼야 한다.

화재로 인명과 재산손실을 입는 참사가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최일선 현장에서 악전고투하는 방재엔지니어의 축적된 기술, 노력에 의해 화재가 조기진화돼 참사를 방지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화재안전기준 위반, '허위감리'라는 멍에를 씌워 선량한 엔지니어를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가 수십년동안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이 돼야 한다.

현장 여건에 부합하는 선진화된 소방제도를 구축, 화재참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진화된 소방관련 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

■ 오상환(76) 논설위원 = 평생을 소방기술 현장을 지켜오고 있는 원로다. 61세에 최고령 소방기술사 필기시험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EK. '중졸 소방기술사'라는 특이한 이력의 오 위원은 63세에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2004년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1학년을 중퇴하고 독학사로 '대졸간판'을 땄다. 기술계에 보기드문 만학도인 오 위원은 서울시립대교에서 방재공학석사(2007)와 재난과학박사(2014) 학위를 취득해 또 한번 화제가 됐다. 현재 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 사무소 상무로 재직하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상주 감리를 하는 '현역 최고령 소방기술사'다. 세이프타임즈 창간멤버로 고문 겸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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