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대법원은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대형 인명사고에서 책임자가 마땅히 구조조치를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한 대법원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적극적인 구조조치 뿐만 아니라 사전 안전조치 미흡에 따른 안전관리 소홀로 발생한 인명사고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그 적용범위가 확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앞서 11월 10일 인천시 중구 영종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신축공사현장에서 높이 100m 이동식 크레인이 건물 상단에 설치할 50t 무게의 철제 구조물을 지상에서 들어 올리다가 굉음과 함께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같은 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에서 발생한 화재로 3명이 사망하고 12명의 근로자가 부상을 당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에도 선박 화재로 말미암아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건설현장 등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사고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손실은 중대산업사고 예방 CEO포럼 발표자료에 의하면 산업재해로 매년 20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고 매일 5명의 귀중한 목숨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제도나 법을 개선하는 등의 시스템적 접근방법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작업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일 것이다. 작업 근로자들이 안전에 대한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작업근로자 각자의 안전에 대한 습관과 관념이 우선적으로 지배한다.

안전에 대한 습관과 관념을 형성하기 위해 유치원, 초중고, 대학 등의 교육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유치원과 초중고에서의 안전교육은 언론에서 계속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별도의 안전교과목 개설이나 기존 교과목 속에 안전의식을 함양하는 내용을 보완하는 등의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전공과 교양교육과정 속에서 안전교육은 과연 얼마나 잘 진행되고 있을까?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광주, 전남지방에 소재하는 대학에서의 안전교육 현황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공학인증대학을 포함한 4년제 8개 대학과 전문대 3개 대학의 건축 및 토목관련 학과의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안전교육관련 과목은 그 어디에서도 발자취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광주, 전남지방 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다.

물론 전혀 안전교육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 나을지도 모른다. 일부대학에서는 사이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학생들이 이를 이수하고 있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안전사고와 같은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이를 창의적으로 응용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대학의 교육과정은 반드시 개편돼야 한다. 지금의 교양과목 또는 전공과목에 안전교과목을 필수로 포함시켜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자율에 맡기지 말고 법제화해야 한다. 안전교육과정을 이수함으로써 학생들은 안전을 생활화하고 모든 면에 있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고를 대학시절부터 형성할 수 있다. 그래야만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과 같은 선원들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물의를 야기하고 대형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건설현장에서는 공기 또는 원가를 안전보다 중요시하는 현장 관리감독자가 더 이상 배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교육과정 개편에 앞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들이 먼저 주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 연구실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도 안전의식을 주입시킬 수가 있다. 정부부처나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 공사 직원들도 당연히 안전교육을 이수해 모범을 보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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