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복귀하던 반휘민 중위 "당연히 해야 했을 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던 해군 장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중년 남성을 응급 처치해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군 작전사령부 소속 반휘민(26) 중위는 휴가를 마치고 이달 25일 오후 7시 30분께 근무지인 부산으로 돌아가려고 서울역 플랫폼에서 KTX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 중위가 고개를 돌려보니 기둥 옆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

반 중위는 "'쓰러지셨구나' 하는 생각에 급히 달려가 보니 호흡을 못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쓰러진 사람은 한 지방 경찰청 소속 조모(47) 경위였다. 당시 조 경위는 혀가 말려들어가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눈은 충혈됐고, 홍조를 띤 얼굴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반 중위는 평소 교육받은 대로 혀를 잡아빼 기도를 확보한 다음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조 경위가 계속 눈을 감으려 하자 손발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의식을 유지하게 했다.

그사이 마침 주변에 있던 마취과 의사 등도 달려와 도왔고, 조 경위는 안정을 되찾아 구급대로 인계됐다. 조 경위는 사흘이 지난 28일에는 정상 출근할 수 있었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 자신이 탈 열차가 도착해 급하게 차에 오른 반 중위는 뒤늦게 플랫폼에 짐을 놔두고 온 것이 기억났다. 서울역 역무원이 30분 뒤 출발한 열차에 실어줘 짐을 되찾았다고 한다.

휴가에서 복귀하던 중 서울역 플랫폼에서 중년 남성이 쓰러지자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그의 목숨을 구한 해군 작전사령부 소속 반휘민 중위. 반 중위 제공

반 중위는 2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도 쑥스러워했다. 그는 "군인이기 때문에 훈련받은 대로 했다"며 "언제든 주변에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분이 계시면 달려가도록 교육받고 또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2015년 해군 학사사관으로 임관한 반 중위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재학 중 럭비 선수로도 활약했다.

해군에 입대한 이유를 묻자 "재학 중에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하면서 통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통일된 나라가 세계로 향하려면 해양을 우리의 영토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개인적 역량을 키우려고 지원했다"고 답했다.

반 중위는 전역 후 공부를 더 해서 남북이 통일되거나 통일되는 과정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일상으로 돌아온 조 경위 가족은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은 젊은 인재에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조 경위의 부인 박모(43)씨는 "생명의 은인인 반 중위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크리스마스 때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박씨는 "요즘 같은 세상에 젊은 청년이 불쑥 그렇게 도움을 주기 어려운데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며 "당시 도움을 준 마취과 의사와도 연락이 닿으면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