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시절 기록ㆍ서류 확보 ··· 직권남용ㆍ직무유기 의혹

특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오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자택 등을 대상으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각종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 전 실장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 전 실장 자택에 수사진을 보내 비서실장 시절 업무 관련 기록과 각종 서류 등을 확보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문체부 관계자들의 자택 여러 곳도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피의자로 앞선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입건됐다.

이 의혹은 10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면서 실국장들을 자르라고 했다"고 밝혔다. 6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이 중 3명은 공직을 떠났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 그렇게 요구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김 전 실장이 애틀랜타 총영사였던 김 전 차관을 불러 '성분 검사'를 한 뒤 맡겼던 업무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종(55ㆍ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이 김 전 실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문체부 전 고위 간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도록 힘써달라고 김 전 실장에게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특검팀은 최근 유 전 장관을 제3의 장소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며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자이자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등 '왕실장'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더불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 내지 방조했다는 의심을 산다.

김 전 실장은 최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다가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에서 과거 자료가 다수 공개되면서 그를 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본격 수사에 나선 특검은 직권남용 혐의 외에 직무유기 의혹도 동시에 조준할 전망이다.

특검은 조만간 문체부 관계자들과 김 전 실장을 소환해 의혹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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