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IS 봉쇄' 발언 12시간 만에 최악 테러…미온적 대처 비판 예상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사상 최악의 동시 다발 테러로 최소 127명이 사망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1년 넘게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주도해 온 미국 정부가 더욱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민간인 등 접근이 쉬운 이른바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겨냥한 끔찍한 테러 그 자체의 충격도 충격이지만 IS가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데다 프랑스 정부 역시 IS를 배후로 공식 지목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건 발생 불과 12시간 전 미 ABC 방송 인터뷰에서 IS 지도부를 무력화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IS 봉쇄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자평한 터라 오바마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미온적' 대처 논란이 다시 한번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최근의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와 이번 파리 테러를 계기로 지상군 투입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가 한층 위축되고 지상군 투입을 압박해 온 공화당의 강경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향후 미국의 IS 격퇴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사건 발생 직후 국가안보·대테러담당 보좌관으로부터 관련 브리핑을 받고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무고한 시민을 테러의 희생양으로 삼는 무도한 시도를 목도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 말하기엔 이르지만, 미국은 테러리스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데 프랑스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를 전하면서 "이번 사건은 무고한 시민을 위협하는 무도한 시도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테러 응징 방침을 거듭 밝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도 별도 성명을 내고 파리 테러를 강력히 규탄했다.

 미 국무부는 이와 별개로 프랑스 정부와 접촉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동시에 파리의 미국 대사관을 통해 자국민들의 안전을 긴급 점검하고, 현지 미국인들에게 관련 상황을 수시로 대사관 측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구체적인 테러 대응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IS 격퇴를 위한 지상군 투입 등 전략 수정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공습 위주의 현행 전략만으로는 절대 IS를 격퇴할 수 없다'며 지상군 투입을 압박하는 공화당이 오바마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선 주자들까지 가세해 내년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보수 성향 라디오 '휴 휴잇'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는 우리 시대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테러 근절 전략을 세우는데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IS를 격퇴하려면 미국이 중동에 대한 개입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주자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미국의 역할 확대와 더불어 지상군 투입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미 상원 군사위원장 등 다른 공화당 강경파 지도자들도 지상군 투입을 본격적으로 압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IS 격퇴전의 전황이 악화하면서 지난달 30일 50명 이내의 소규모 특수부대를 시리아에 처음으로 파병키로 결정했으나, 이는 전투임무와 관련이 없으며 지상군 투입도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일각에선 특수부대 파병은 미국이 이미 IS 전장의 수렁으로 점점 더 끌려들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지상군 투입도 멀지 않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등 2개의 전쟁을 임기 내에 종식하겠다고 공약하고 정권을 잡았으나, 2개 전쟁 종식은커녕 이라크와 아프간에 더해 시리아까지 3개의 전쟁을 남겨놓은 채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5∼16일 터키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번 테러 사태를 비롯한 IS 대책이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정상들과 별도 회동을 하고 이번 테러 문제와 함께 IS 격퇴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자국 내에서 아직 특별한 테러의 징후나 위협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파리 테러 직후 수도인 워싱턴D.C.와 2011년 9·11테러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주요 시설에 경찰을 추가로 배치하고 순찰횟수를 늘리는 등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IS 등 테러조직에 영향을 받은 미국 내 자생적 테러리스트, 이른바 '외로운 늑대'(론 울프)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감시활동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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