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근로자 대피권' 행사키로…현대중공업도 '대응 매뉴얼' 마련

"더 큰 지진이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근로자 안전대책부터 마련합시다."

지난달 규모 5.8의 경주 강진과 500차례 이상 이어지는 여진이 기업의 노사협상 안건도 바꿔놨다.

기존 노사 협상에서는 임금 인상이나 단체협약 신설과 개정, 근로환경 개선 등의 안건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지진 안전대책'이 현안이 된 것이다.

지진 후 화학공장 점검김기현 울산시장(오른쪽 네 번째)이 SK 종합화학 폴리머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SK 폴리머 공장은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두 차례 지진으로 인해 일부 공정이 자동으로 중단됐다가 3시간 만에 재가동됐다.[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주 강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현대자동차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비에 골몰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달 12일 규모 5.8, 19일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안전점검 때문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노사는 이어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지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지진이 발생하면 '근로자 대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지진이 나면 회사가 생산라인을 중단하기 전에 근로자들이 먼저 대피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 대피권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재해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는 권한을 말하는 것으로 지진 대비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는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노조는 "생산보다 근로자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면 자발적으로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는 또 올해 외국기업 사례 등을 살펴 효율적인 지진 대비 매뉴얼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위험 장비나 설비에 대해 노사가 안전점검을 벌이고, 정밀진단이 필요한 시설은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지진에 무너진 기와들[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대중공업 노사도 최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교섭에서 지진 대비책을 논의했다.

노사는 이에 따라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인명구조, 시설물과 위험물 확인 방법 등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모든 직원이 숙지하도록 사내 통신망에 게시했다.

현대미포조선 노사도 경주 지진 이후 조선현장 지반과 시설물 안전점검에 나섰으며, 취약한 부분을 보강한다. 지진 대피 매뉴얼도 만들어 배포하고 부서별로 교육할 예정이다.

에쓰오일 울산공장과 SK이노베이션은 지진 대응 방안을 노사가 다루지 않았으나 회사 자체적으로 대책을 세웠다.

에쓰오일은 규모 7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최근 지진에 피해가 없었지만 부두나 원유 하역시설(SPM) 등 해양시설을 다시 살피고, 기존의 행동 매뉴얼을 검토·보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는 엔지니어링본부 주관으로 전체 사업장의 내진 안전성 평가를 계획하고 있다.

지진으로 갈라진 초등학교 벽9월 12일 발생한 경주 강진으로 울산의 한 초등학교 벽에 균열이 생겨 민간전문가가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체 관계자는 28일 "대부분 사업장이 내진설계가 되어 안전하지만, 처음 겪는 강진 이후 노조가 요구해 협상장에서 다루거나 회사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진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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