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여행이 주는 것은 삶의 번뇌를 씻어낼 수 있는 차고 깨끗한 옹달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내 마음에서 그 옹달샘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부여잡지 않은 가운데 나는 비로소 자유와 평화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광활한 대지의 물결 위에서 그대는 한 점 땅 끝에 불과했습니다
낯선 골목길에서 낯선 음성을 만나게 되면서 그대는 이 먼 이방인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자꾸만 자신의 형상을 집어넣으라 강요합니다
우리는 그 강요를 반갑게 맞아들입니다
빈 하늘에 구름이 떠 있고 빈대지에 수풀이 자라고 나는 그런 허무 위에서 삶에 대한 자유를 누립니다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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