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경북지사가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시추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 경북도
▲ 이철우 경북지사가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시추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 경북도

"제1수갱 인근 폐갱도 지표관통부는 침하와 붕괴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 일체의 갱내 충전 작업을 중지하고 인원과 차량의 접근을 통제하라."

불과 1년 전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가 성안엔엠피코리아에 내린 명령이다. 하지만 명령은 통하지 않았다.

1수갱에선 지난 8월 29일 갱도 사고로 작업하던 광부 2명이 매몰되고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사고와 동일 지점이었다.

경북 봉화 아연 광산 사고는 결국 안전에 대한 무감각과 부실의 누적이 빚어냈다. 제1수직갱도는 80년 이상 된 노후 갱도로 자연 풍화로 내부 암석이 부서지고 수시로 흙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고 발생 직후 초기 대응은 엉성했다. 갱도 안에는 광부 7명이 땅을 파고 바닥에 레일을 설치하고 있었다.

붕괴 직후 2명은 2시간 안에 자력 탈출했고, 3명은 5시간 만에 구조됐다. 하지만 업체는 119 신고도 하지 않고 자체 구조 작업을 진행하다가 결국 광부 2명을 구조하는 데 실패했다.

업체는 다음날 오전이 돼서야 119에 신고했다. 업체는 "자체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 밤샘 구조를 하다 보니 신고할 경황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사고 은폐하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신고를 받고 뒤늦게 출동한 당국도 대응은 엉성했다. 매몰 광부들에게 식수 등을 제공하기 위해 이틀 동안 시추공을 뚫었지만 빈 공간도 찾지 못했다. 

시추에 활용한 현장 도면이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매몰자들은 그렇게 이틀을 버렸다.

결국 실측 결과를 토대로 시추 작업을 재개해 3일 새벽 대피 추정 장소까지 지름 76㎜의 구멍을 뚫었다. 

▲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가 보조작업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가 보조작업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21시간 동안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광부 2명은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병원 의료진과 가족들에 따르면 생환 광부 2명은 일반 병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5일 점심부터 죽을 먹고 있고 시력 보호를 위해 착용한 안대도 벗어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근육 손상도 경미한 수준으로 병원 복도와 화장실은 혼자 걸어서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지하 190m 갱도에서 장시간 고립돼 있었지만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은 이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비상시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며 구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고 당일 굉음이 나며 토사가 밀려 들어오자 작업 구간 30m 정도 떨어진 지하 공간으로 신속하게 대피했다. 갱도 안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 공기가 들어오는 쪽, 물이 흘러나오는 쪽으로 대피해 공간을 확보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했다.

작업 구간과 대피 공간에는 미리 배치해둔 비상식량은 없었지만 갱도에 들어갈 때 가져간 믹스커피와 암벽에서 흘러내리는 물로 구조를 기다렸다. 믹스커피에는 생존에 필수적인 당과 탄수화물, 지방이 함유돼 있어 극한 상황에서 도움이 됐다.

지하 공간은 기온이 13도 안팎으로 서늘했지만 판자를 깔고 비닐을 둘러 습기와 한기를 막은 후 나뭇조각으로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한 것도 극한 상황을 버틸 수 있었던 방법이다. 

고립된 광부들은 화약을 모아 암벽을 폭파하고, 곡괭이로 10m 가까이 흙을 파는 등 스스로 탈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방종효 안동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믹스커피와 물을 섭취한 게 큰 도움이 됐지만 구조가 3~4일만 늦었어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북 봉화군 광산붕괴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광산붕괴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경북 봉화군 광산붕괴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광산붕괴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붕괴 사고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지형 조사에 이어 갱도 내부 현장감식 절차에 돌입했다.

장찬익 수사팀장은 "산업부 안전관리관과 내부 현장감식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며 "늦어도 8일에는 감식을 위해 갱도 안으로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 팀장은 "갱도 내부는 안전문제로 경찰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고 관련 전문가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산업부, 노동부, 국과수 등 관련기관과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26일 사고 당일 구조된 광부 5명부터 조사할 계획이다. 김태환 성안엔엠피코리아 대표 등 관계자들은 목격자를 상대로 한 기초조사가 마무리된 후 소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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