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97명, 외국인 20명, 중상 24명
좁은 경사골목길 뒤엉켜 인명피해 커

▲ 30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2명이 더 늘어 153명으로 집계됐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 핼러윈을 앞두고 수만명의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났다.

소방당국은 30일 오후 4시 30분 기준 1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쳐 모두 25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다.

사망자는 이날 오전 2시쯤 59명으로 파악됐다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오전 9시 기준 151명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중상자 중 2명이 치료를 받다가 사망해 153명으로 늘었다. 부상자 103명 가운데 24명이 중상을 입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에상된다.

◇ 사망자 153명 중 여성 97명 = 사망자 153명 중 97명은 여성, 56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폭 4m 정도의 좁은 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아 버티는 힘이 약한 여성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사망자는 12개국 20명으로 집계됐다. 국적은 중국·이란(각각 4명)·러시아(3명)·미국·프랑스·베트남·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카자흐스탄·스리랑카·태국·오스트리아(각각 1명) 등이다.

경찰은 오후 3시까지 141명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

사망자는 △일산동국대병원(20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강동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순천향대병원(6명) △한림대성심병원(6명) 등 서울·경기 지역 36개 병원에 나뉘어 시신이 안치됐다.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접수처엔 오후 3시 현재 3757건(중복 포함)이 신고됐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관련 상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울시
▲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관련 상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울시

◇ 경기북부 안치 사망자 28명, 일부 연고지로 이송 = 경기북부 병원과 장례식장에 임시 안치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30일 오후 3시 현재 28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관내 병원과 장례식장 등 7곳에 사망자 시신 28구가 안치돼 있다"면서 "기존에 임시로 안치돼 있던 시신 33구 중 5구가 연고지 등 타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이어 "관내 병원으로 이송됐던 부상자 3명 중 1명이 퇴원해 현재 입원 중인 환자는 2명이다"고 덧붙였다.

시설별 안치 사망자는 의정부을지병원 5명, 의정부성모병원 2명, 의정부백병원 2명, 의정부의료원 1명, 일산동국대병원 14명, 일산병원 1명, 일산장례식장 3명 등이다.

부상자는 구리한양대병원에 1명, 명지병원에 1명 입원 중이다. 사망자 28명 중 경기북부지역 거주자는 1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2개 조로 편성된 상황대책반을 운영하며 각 병원과 장례식장에 나가 현장 지원 중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관내 병원 등에 안치된 시신 신원이 대부분 확인됐다"면서 "신원 미확인 사망자가 있는지 계속해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경사진 좁은 골목서 뒤엉키면서 인명피해 커 =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 호텔 옆 경사진 폭 4m 정도의 좁은 길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태원 일대에서는 3년만에 맞은 '노마스크 핼러윈'을 앞두고 주말인 이날 밤 곳곳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10만명 가량의 인파가 모이면서 골목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행인이 가득 찼고, 한순간에 대열이 산사태처럼 무너지면서 참사가 났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밤 10시 넘어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전했다.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뒤엉키면서 사상자가 급증했다. 사고 직후 해밀톤 호텔 앞 도로에 수십 명이 쓰러진 채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하지만 인파로 가득 찬 골목에 구급 차량과 인력이 진입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구호가 늦어졌고, 그사이 인명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 정부 비상상황 선포, 사고수습 총력 = 정부는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11시 50분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3시 50분부터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임시 버스 2대를 운영했다. 평소 주말 첫차보다 약 40분 이른 시각인 오전 5시부터 지하철 6호선 상·하행에 1대씩 임시 열차 2대를 투입해 시민의 귀가를 도왔다.

서울·경기 내 모든 재난거점병원인 14개 병원과 15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DMAT), 응급의료지원센터도 모두 출동해 응급 치료를 맡았다.

현장에서는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구조를 지휘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이 도착해 수습 작업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1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오전 9시 50분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신속한 사고 수습을 약속했다.

유럽 출장 중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네덜란드에서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오 시장은 오후 5시 40분께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사고 대응 현황을 보고받고 상황을 점검했다.

◇ 경찰, 사망자 신원 파악 주력 =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전담 수사본부를 구성해 사상자 신원 확인과 사고 원인 규명에 본격 나섰다. 서울경찰청 소속 475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경찰은 사상자 신원 확인을 위해 과학수사관리관 20명으로 구성된 과학수사 긴급대응팀을 편성하는 한편 과학수사요원 100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이 상당 부분 수습됨에 따라 본격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도 나섰다.

경찰은 해밀톤 호텔 뒤편 골목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SNS에 올라온 사고 당시 현장 동영상을 대거 확보해 상황을 재구성하는 등 사고 경위를 세밀하게 확인하고 있다.

추후 관할 지자체의 관리 부실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보기 위해 인파가 순간적으로 몰렸다거나 일대 업소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사탕이 돌았다는 소문이 나왔다.

이런 추정을 뒷받침할 근거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참사와 관련한 마약 신고 역시 접수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목을 기원하며 부상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 세이프타임즈
▲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목을 기원하며 부상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 세이프타임즈

◇ 미 대사관 조기게양 각국 주한대사들 애도 =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에 대해 30일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난밤 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인명 사고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미국대사관 직원들은 이 참사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족들을 비롯한 한국민들, 그리고 부상자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은 이날 한국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성조기를 조기 게양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위로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싱 대사가 주한 중국 대사관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어젯밤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민들에게, 특히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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