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붉은 단풍에
흰 억새꽃 비쳐진
얼룩을 보고 싶다

뜨겁던 햇살은 지쳐
언덕에 눕고
거칠던 물살은
몸을 낮춰
골짜기에 머무니

쓸쓸함도
고독의 기품으로
밤을 맞이하리

가을엔
서로가 서로에게
채색되는 얼룩을
만나고 싶다

간절한 사랑은
어둠으로 빛나고
절박한 고통은
그늘아래 내려앉아
숨을 고르니

적적함도
성찰의 미덕으로
밤을 마중하리

쓸쓸함과
적적함은
너만의 손님

가을을 살아가는
너의 얼룩진
자화상

가을엔
그런 삶의
기대어
살아보고 싶다

▲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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