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수리산 산불이 밤에도 꺼지지 않고 불타고있다. ⓒ 김춘만 기자
▲ 지난 3월 수리산 산불이 밤에도 꺼지지 않고 불타고 있다. ⓒ 김춘만 기자

지난 3월 수리산 군포, 안산 부근에 제법 큰 산불이 있었다. 이틀 동안 상암경기장 11개에 달하는 면적(8ha)을 태우고 이틀만에 진화되었다. 발화 원인은 농업용 비닐 자재창고 화재였다. 이 무렵 울진 삼척과 부산 등 전국에 동시 다발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일었다. 봄철 가뭄과 강한 바람 그리고 인재가 주 원인이었다.

▲ 9월 현재 화마가 지나간 자리는 아직도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다. ⓒ 김춘만 기자
▲ 9월 현재 화마가 지나간 자리는 아직도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다. ⓒ 김춘만 기자

화마가 지나고 간 수리산 자락은 아직도 처참하다. 화재가 발생한지 7개월이 가까워 오지만 지금도 비 오는 날은 숯 냄새가 적지 않다. 능선 양편으로 화마의 피해가 엇갈렸는데 숲의 색상이 극명히 다르다. 화마가 지나간 곳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고 화마를 피한 곳은 푸른 녹음이 산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 화마가 지나간 자리와 피해간 자리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 김춘만 기자
▲ 화마가 지나간 자리와 피해간 자리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 김춘만 기자

산불은 산불로만 끝나지 않는다. 막대한 산림자원 피해는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반갑지 않다.
그늘을 만들어 주던 숲은 회색 빛으로 앙상해져 뜨거운 태양이 그대로 통과한다. 등산객도 그 열기에 노출되어 더위를 피할 공간도 없다. 숲이 안겨주는 편안함과 적막함이 사라지고 스산한 바람과 소음만이 불안하다. 외부와의 차단 막이 없어진 결과다.

▲ 푸른 나뭇잎이 햇빛에 부서지던 하늘에서 뜨거운 햇살이 창처럼 꽂히고 있다. ⓒ 김춘만 기자
▲ 푸른 나뭇잎이 햇빛에 부서지던 하늘에서 뜨거운 햇살이 창처럼 꽂히고 있다. ⓒ 김춘만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산불예방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와 사람들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오히려 산불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산림과 인접한 농가가 많은 우리나라는 인재로 인한 화재가 많은 편이다.

▲ 불에탄 나무에서 버섯이 힘겹게 자라고 있다. 그래도 숲은 끈질긴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 김춘만 기자
▲ 불에 탄 나무에서 버섯이 힘겹게 자라고 있다. 그래도 숲은 끈질긴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 김춘만 기자

산은 어머니와 같다. 사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편안히 맞아준다. 도시의 공기를 정화하고 더위를 식혀준다. 온갖 동물과 식물들의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꿋꿋하게 수십 년 때론 수백 년을 견뎌온 나무들이 우리의 작은 실수로 타버리면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온갖 야생화와 이름 모를 군목들 그리고 땅속 생명들까지 하루아침에 사라지면 그 죄 또한 가볍지 않을 것이다.

▲ 상흔을 덮듯 수리산 자락에 붉게 노을이 타오르고 있다. 붉은 비단을 이불삼아 편안하길 바래본다. ⓒ 김춘만 기자
▲ 상흔을 덮듯 수리산 자락에 붉게 노을이 타오르고 있다. 붉은 비단을 이불삼아 편안하길 바라본다. ⓒ 김춘만 기자

자연은 늘 그대로 있다. 중요한 건 우리의 관심이다. 또다시 산불위험에 노출되는 가을이 돌아왔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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