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대안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에 독서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독서도 가르치세요." 

딸의 요청으로 딸이 다녔던 모 대학 언론매체반 동아리에 가서 강의할 때도 학생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가 강의 서두에 "책 읽는 법을 바꿔야 한다"고 했더니 학생이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책 읽는 법이 따로 있습니까, 그냥 많이 읽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미국의 프리스턴대학과 터프츠대학에서 초빙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일본 문학을 가르칠 때, 그는 학생들에게 텍스트를 철저히 읽어올 걸 주문했습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요구한 수준은 텍스트를 암기할 정도로 읽는 것이었습니다.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려는 사람은 작은 부분까지 외울 정도로 세밀하게 텍스트를 읽어오라고 했습니다.

그때 하루키가 일본 문학작품을 읽는 학생들에게 제시한 지침을 보면 단순히 텍스트를 많이 읽어 암기하라는 것이나, 작가의 메시지를 요약하며 읽으라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텍스트가 내 생각과 달라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텍스트를 좋아하려고 노력하면서 읽으라고 했습니다. 또 읽으면서 떠오르는 의문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빼놓지 말고 기록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소하거나 시시하다고 생각한 의문이 훗날 더 값진 게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하루키의 제안도 집어넣은 후, 제가 체득한 방식으로 재생들에게 책 읽기를 가르칩니다. 대안학교에서 깨지지 않는 단단한 꿈을 가진 재생들을 키우려면, 적은 돈으로 많은 구상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수집해 레고처럼 조립한 독서법을 대안학교를 찾아온 재생들에게 가르칩니다.

문필가와 같이 글쓰기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다독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갖지 않았다면, 대학교 때까지는 배움이 아닌 익힘의 태도로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이게 필요한 재생들에게 제가 가르치는 독서법이 지독(遲讀)과 토론독(討論讀)입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제안하는 것인데, 지독 다음으로 토론독을 시킵니다.

먼저 재생들에게 글의 결에 따라 책 읽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책의 내용과 종류에 따라 읽는 법을 다르게 하라고 주문합니다. 문학작품의 경우 소설을 시처럼 축약하는 법과 시를 소설처럼 내러티브로 풀어내는 법을 익히게 합니다. 이 둘을 원활하게 하면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격이 달라집니다. 그런 뒤 다른 장르의 글을 읽게 합니다.

글쓰기의 경우 다작이 아니라 표적작(標的作) 훈련을 시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을 벗어나 내가 쓴 글을 읽을 대상을 먼저 설정한 후, 그에 맞춰 글을 쓰게 합니다. 그리고 이때 기초 한자를 반드시 익히게 합니다. 옥편과 국어사전을 찾아가면서 한자를 함께 적은 글을 쓰도록 훈련 시킵니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이런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는 제 경험치에 비춰봤을 때 중학교 1학년입니다. 늦어도 중학교 2학년부터는 이런 독서를 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용인되고 있는 대학 입시 제도를 고려했을 때, 이때부터 이렇게 훈련해야 고등학교 3학년 때 원만한 효과가 나타납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대학에 가서 성적 장학생이 되는 공부를 하는 대체 방안이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저는 혁명을 꿈꿉니다. 시민혁명이나 계급혁명은 제가 능력이 없어서 다가올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에 맡겨놨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호흡이 있어서 여전히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리고 주변 환경으로 인해 자신을 계발할 기회를 제대로 가져 보지 못한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꿈의 혁명에 동참할 사람을 기다립니다.

동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각자가 고안한 재미있는 방법으로 책을 읽으십시오. 아동·청소년·청년과 같이 읽으시고, 북향민, 다문화가정의 아이, 소외된 사람과 같이 책을 나누십시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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