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의 전투는 길었고 승리했다지만 처절했으리
죽음이 시시각각 찾아와 공포도 하늘을 덮었으리라
그럼에도 구절초는 무심히도 피고
배롱나무 꽃잎도 생각 없이 붉었을 테지
세월의 흔적 딛고 위용 갖춘 포루 앞에 그대가 서 있네
외롭게 산야를 굽어보며 한없이 울었을 그대여
무너진 언덕배기 성곽에 널부러진 주검만큼
고뇌가 산을 이루고 눈에 밟힌 전사들이
칼날처럼 흥건했으리
그럼에도 창궁엔 뭉게구름 두둥실
씨방 익힐 햇살은 야속하게 따가왔을 테지
북방 땅 올려보고 남녘 산하 내려보며
길게 누워 호령하는
아직 갑옷 벗지 못한 채
충절을 다그치는 그대가 보이네
*죽주산성은 1236년(고종 23) 죽주방호별감 송문주가 몽골군과
15일간 전투를 펼쳐 승리한 곳으로, 6차에 걸친 몽골 침입에서 고려가
승리한 대표적인 전투 중 하나다.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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