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만약
시력을 잃게 되어
마지막으로 무엇이 보고 싶냐고
묻든다면
주저 없이 그대의 얼굴이라 말하겠습니다
그 고운 얼굴 떠올리면
평생 살아가야 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내게 만약
목소리를 잃게 되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묻든다면
주저 없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평생 가슴치며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게 만약
무엇이 보고 싶고
무슨 말을 할 거냐고
그대가 묻는다면
말이지요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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