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논설위원 ⓒ 세이프타임즈
▲ 한상권 논설위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6개월이 됐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경영의 책임이 있는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입법 당시 사업주의 '안전조치 강화와 책임'이라는 법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경영계, 노동계 그리고 정부의 입장 차이는 상당했다.

징벌적 책임을 경영자에게 부여한다고 해서 현실적인 예방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데에서 이견은 분분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사안이 이러니 우리 산업계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법에서 정한 자격을 보유한 '안전관리자'를 채용해서 선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벌금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예방조치 미흡으로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안전관리자의 인력난이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관심 깊이 들여다본 흔적이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 성남의 한 중소기업 채용 담당자가 "안전관리자의 인건비를 같은 직급의 다른 직원보다 30%를 더 주고, 자격수당까지 준다고 해도 채용이 쉽지 않다"며 "매월 채용공고를 올리지만 6개월째 못 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고 토로할 정도다.

입법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政務的 判斷)이 앞서다 보니, 시행 법률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점에는 다소 미흡한 대처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이 그렇다. 공기업 그리고 대기업 위주로 좋은 인력의 쏠림 현상은 상대적으로 중소·영세기업에 빈 공간만 남기게 됐다.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리는 인력시장에서도 비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이때 안전관리자의 수요는 늘어났지만 법정 자격을 갖춘 인력은 이미 한정돼 있었고 인력 풀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높아진 안전관리자의 경쟁력은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렇듯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에 응하려는 기업의 노력에도 인력난이라는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면 반감을 피할 수 없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대부분은 안전조치의 미흡으로 발생하는 후진국형 재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발생될 만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실제 사고 발생 시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높아진 임금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안전관리 법정 선임자를 채용하지 못해 각종 페널티에 직면한 소외된 산업 현장을 당국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