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선 감독. ⓒ 넷플릭스
▲ 김홍선 감독. ⓒ 넷플릭스

스페인 인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김홍선 감독은 27일 화상 인터뷰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은 당연한 것 같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종이의 집은 '교수'라 불리는 천재 전략가를 중심으로 꾸려진 범죄 전문가들이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에서 세기의 인질강도극을 펼치는 이야기다.

한국판 '종이의 집'은 원작의 이런 설정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범죄오락물로서 재밌다는 반응이지만, 원작에 충실한 탓에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은 "리메이크는 원작의 특성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원작이 가진 재미와 특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저희만의 특성을 충분히 보여주려고 했는데, '종이의 집' 틀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실 원작의 인기가 워낙 컸기에 리메이크에 대한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리메이크 논의를) 2018년에 처음 진행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글로벌 히트작은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인기작이 돼서 부담이 많이 됐다"며 "처음에는 판권을 가져와 한국에서 제작하려고 했는데, (처음 제안을 하고) 2∼3년이 지난 후 연출 제의가 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가장 공들인 부분은 남북통일을 앞둔 한반도의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실현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런 설정을 드라마에 끌고 들어오는 역할은 강도단의 일원인 도쿄(전종서 분)가 했다. 도쿄는 북한에 사는 소녀로 BTS의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는 장면으로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다. 코리안드림을 꿈꿨던 도쿄는 인력사무소의 갑질 등 자본주의의 쓴맛을 제대로 느끼고 강도단에 합류한다.

김 감독은 "남북 설정을 가져오면서 도쿄 캐릭터를 북에서 내려온 자유분방한 MZ세대로 설정했다"며 "BTS 노래는 실제 북한에서도 그렇게 한다고(BTS 노래를 듣는다고) 해서 그런 조사를 기반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드라마에는 분단국가로 살아온 우리가 통일을 앞둔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상상도 담겨있다.

조폐국 밖 경찰들은 남북 합동 대응팀을 꾸리지만 초반에는 서로에 대한 견제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조폐국 안에서는 인질들을 남북 출신으로 나눠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이들 사이의 신경전이 드러나기도 한다.

김 감독은 "70년 넘게 따로 살았으니 어느 날 통일이 된다고 해도 쉽게 합쳐져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 수는 없을 거로 생각했다"며 "(인질로 잡혀 있는)폐쇄된 상황이라면 남북으로 갈릴 것 같았고,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공동경제구역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같이 사는데, 출신이 무너지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며 "결국 이런 과정을 겪고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원작에서 강도단이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가면을 쓴 반면, 한국판에서는 하회탈을 쓰는 등 비주얼적인 면에서 한국적 색깔도 눈에 띈다.

그는 "통일을 앞둔 상황에서 공동경제구역이 생긴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이야기했다"며 "우리나라만의 현대적인 모습도 있지만, 한국적인(전통적인) 모습도 갖출 수 있도록 상상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특히 강도단의 주요 무대가 되는 조폐국 안의 모습에는 한국적인 문양 등을 살리려고 했다고 했다. 지붕도 전통 한옥 양식을 그대로 따라 원작의 스페인 전통 건축 양식의 조폐국과는 차이를 보인다.

김 감독은 "조폐국 벽면을 한국 느낌이 드는 성벽으로 꾸몄다"며 "밖에서는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안에서는 갇혀있는 느낌이 들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4조원을 훔치는 스케일 큰 범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촬영하며 가장 곤혹스러웠던 점은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총기 사용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힘들었던 부분은 한국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방식의 무장 강도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설정이었다"며 "이런 설정을 가져올 때 기준은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였다"고 말했다.

또 원작에서 다소 생뚱맞은 전개라는 지적을 받았던 교수와 경찰 위기협상팀장의 러브라인을 한국적인 정서로 가져오는 데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

김 감독은 "원작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스페인 사람들만의 감성이 있는데, 한국 사람이 그걸 프리하게(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어 대중이 생각하는 기준을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파트1 6편이 먼저 공개됐고, 현재 파트2의 6편 후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파트2에서는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설정들이 많이 등장한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김 감독은 "원작의 파트1·2가 20부작이 넘는데, 이야기를 압축하면서 한국적인 이야기를 넣어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며 "파트2에서는 캐릭터들이 더 심한 갈등을 겪고, 경찰들과 강도들의 싸움도 더 심해지는데, 점점 더 재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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