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법무부에 유권해석 요청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활동 재개에 대한 전 법무부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실련은 법무부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여부에 대해 유권해석 요청서를 접수했다고 23일 밝혔다.

특정경제범죄법은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취업제한 대상은 '유죄판결된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기업체나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다.

이 법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재산상 피해를 입힌 삼성전자에 취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13일 출소직후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실련은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자임에도 경영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과 법무부의 입장 선회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2월 15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이 부회장의 출소후 "이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 비상임·미등기임원"이라며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며 취업제한 위반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 유럽 출장길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유럽 출장길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실련은 박 전 장관의 판단은 명확한 유권해석도 없이 나온 것으로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취업제한 위반 여부에 대한 일관성 부재이자 최초 판단과 모순된다는 점이다. 박 전 장관과 법무부는 최초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대상자로 통보했다가 이후 아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미등기·비상임' 임원으로 변경된 시기는 사업보고서 기준 2019년 10월 28일이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되기 전 박범계 법무부가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한 지난해 2월 15일 이미 '무보수·비상임·미등기'임원이었다. 이 때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했다는 것은 무보수나 미등기 등과 상관없이 취업제한 위반이라고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실련은 또 삼성그룹 등 한국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기준 이 부회장이 그룹 모회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17.9%를 보유하면서 지배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보험을 지배, 이 회사들이 각각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 부회장은 표면적으로 무보수·비상임·미등기임원이지만 '그룹총수'로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최고 의사결정자다. 삼성전자와 그룹에 경영권과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취업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법무부는 취업을 판단함에 있어 실질적 권한이 아닌 자의적인 해석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전 장관과 법무부는 명확한 유권해석도 없이 무보수·비상임·미등기라는 관점을 내세웠다.

▲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가 지난 6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의 가면을 쓰고 벌을 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가 지난 6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의 가면을 쓰고 벌을 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존 법무부는 취업제한 제도가 피해기업과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중요 경제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라고 밝혔다.

취업제한 제도가 회사의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 경제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회사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삼성 준법감시위원장과 일부 언론, 재계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사면을 해주지 않아 경영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사면이 안 돼 경영활동을 못한다는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취업제한 규정에 저촉되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경실련 관계자는 "박 전 장관과 경찰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취업제한 제도가 사문화 또는 무력화될 수 있음을 심각히 우려한다"며 "명확한 유권해석을 통해 제도의 취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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