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아이오닉 5가 독일 아우토빌가 시행한 전기차 비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 현대차
▲ 현대차 아이오닉5가 독일 아우토빌이 시행한 전기차 비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 현대차

지난 4일 오후 11시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 현대의 전기차 아이오닉5가 톨게이트 전방 도로 분리벽과 충격흡수대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 1명 등 2명이 모두 차 안에서 숨졌다.

14일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5일 오전 6시를 넘어서 겨우 진화됐다. 진화에만 무려 7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자정을 넘겨서 진화된 불이 다시 붙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지점은 하이패스가 아닌 현금 정산구역이다. 차량 파손 정도를 봤을 때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충돌하지는 않았다. 탑승자들이 충돌의 충격으로 사망할 만큼 과속을 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기차 탑승자들은 불타는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탑승자들이 사고후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은 충돌하자마자 불이 붙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찰의 CCTV 분석 결과를 보면 전기차는 충돌 직후 3초 만에 차량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충돌 직후 1~2초 만에 '펑' 하며 불길이 차량 보닛 쪽에서 튀어 올랐고 곧바로 차량 앞쪽 전체로 번졌다.

현장에 출동한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사고 15분 만에 현장 도착했을 때 차량 내부까지 불이 번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고온으로 치솟으면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배터리 열폭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가 외부 충격을 받아 손상되면 배터리팩 내부 온도가 섭씨 30~40도에서 800도로 치솟는 현상을 말한다.

배터리는 작은 셀 단위를 차곡차곡 이어붙여 만든다. 셀 하나에 고열이 나면 바로 옆 셀도 달아오르면서 도미노처럼 불이 붙는다. 배터리 열폭주는 배터리 손상 직후 1~2초 만에도 벌어질 수 있다.

2020년 서울 용산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화재 사고 때는 전기차 매립식 손잡이가 열리지 않아 구조가 지연되면서 운전자가 사망했다.

▲ 가벽으로 만든 ‘수조’에 넣고 진화 - 지난 4일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소방관들이 전기차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다. 배터리에서 계속 열이 발생해 소방관들은 차 주변에 가벽을 설치한 뒤 물을 쏟아부어 배터리가 물에 잠기게 하는 방법을 썼다. 그런데도 진화에만 7시간이 걸렸다. ⓒ 부산소방재난본부
▲ 지난 4일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소방관들이 현대차 아이오닉5 전기차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다. ⓒ 부산소방재난본부

일부 전기차 모델은 차 문 손잡이가 문 안쪽으로 숨어 있다가 손잡이를 눌러서 밖으로 꺼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고가 난 현대차 아이오닉5는 충돌이 감지되면 손잡이가 튀어나오도록 설계돼 있다. 탑승자의 사망이 자동차 손잡이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 따르면 탑승자들은 가슴 쪽 뼈가 골절됐다. 부상으로 쉽게 몸을 가누지 못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기차 화재 진화에 무려 7시간이 걸린 것은 배터리가 철제로 덮여 있어 소화제가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를 통째로 거대한 수조에 집어넣거나 차 주변에 가벽을 쳐서 배터리 전체를 물로 감싸야 한다.

부산 소방은 이날 화재에도 가벽을 설치하고 물을 쏟아부어 배터리만 물에 잠기게 한 뒤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시속 60㎞ 내외 충돌에는 배터리가 안전하지만 사고에도 보듯이 100%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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