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만이 상처를 입나니
견디고 또 견디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
배나무는 우박을 맞아
농부의 근심을 사고
날아가는 철새는 둥근달이 이지러져
목청을 높인다
걱정 없이 웃는 웃음은
싱거워 허탈한 법
누구나 시간에 간을 맞춰
일생을 사노니
그 생채기에 절망 심고
우는 이 없기를
살아있는 건만이 상처를 입나니
참아 견디고 또 견디면
좋은 날 오려니
평온한 밤 맞으리
볏잎에 떨어지는 소나기도
농부의 마음에 빗금을 긋고
들판에 누운 보리도
바람 지나면 일어서는 법
유일한 희망은
견디고 또 견디는 것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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