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무리하게 작업방식 변경해 사고"
한전 "업체 안전 무시, 절연버킷 임의 개조"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31일 전기 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건설노조

전신주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건설노조가 한국전력을 고발하면서 '책임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리가 부실한 활선차량 버킷에 탄 채 작업하던 배선전기 노동자가 버킷이 찢어지면서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됐다"며 "한전 지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고소(高所) 작업 차량인 활선차를 타고 올라가 전신주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며 도급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에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전남 곡성군에서 변압기 신설 작업 중이던 전기 노동자가 활선차 버킷에서 떨어져 재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양쪽 어깨가 골절되고 장기내 출혈이 발생하고 갈비뼈가 골정돼 입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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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전기 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해 한전에 책임을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건설노조

한전은 지난해 11월 작업 중 감전으로 사망한 고 김다운씨 사고가 발생하자 전봇대에 발판을 딛고 직접 올라가 하는 '승주작업'을 금지, 활선차를 동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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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 승주 작업을 하던 전기 노동자들이 제대로 적응할 시간 없이 지침에 따라 작업 방식을 전면 바꾸게 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재해를 방지하겠다며 현장과 맞지 않는 탁상행정을 펼쳐 노동자가 재해를 입었다"며 "재해의 근본적 책임은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를 하지 않은 한국전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승주 작업 중 사망한 사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활선차량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일하려면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한전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기 위해 앞도 뒤도 보지 않고 '안전'을 명분 삼아 무리한 작업지침을 내린 결과는 결국 '추락재해'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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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전기 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해 한전에 책임을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건설노조

또 "민주노총 건설노조 배전전기 조합원 가운데 2021년 5명이 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며 "이 중 2건이 활선차량 사고였다"고 밝혔다.

한전으로부터 입낙찰을 받아 배전현장 일을 하는 협력업체는 활선차량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재해를 유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해자가 탑승했던 활선차량은 2009년 7월 31일에 최초 등록된 차량으로 12년 이상된 노후 차량으로 육안으로 보기에도 버킷에 금이 가 있을 정도로 관리감독이 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무리한 작업 지침에 준비나 훈련도 없이 활선버킷을 이용한 작업을 했고, 활선버킷은 관리감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노후장비였다는 것이다.

◇ 한전 "공사업체 절연버킷 임의 개조로 발생한 사고"

그러나 한전은 설명자료를 내고 노조측의 주장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

우선 공사업체가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은 채 작업자가 탑승하는 절연 버킷을 임의로 개조한 탓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공사는 변압기 교체 작업 공사가 아니고, 저압전선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전은 "공사사업체가 절연버킷을 임의로 개조하고, 작업자가 편리하게 작업하기 위해 전주가 아닌 절연버킷에 전선을 고정하고 절연버킷을 이용해 전선을 당기는 작업을 하던 중 절연버킷이 파손돼 발생한 사고"라고 반박했다.

이어 "절연 버킷 조작부의 안전고리에 안전띠를 걸면 절연 버킷이 떨어져도 작업자가 추락하지 않지만, 임의로 개조한 구멍에 안전띠를 단 탓에 절연 버킷이 분리되면서 작업자도 함께 추락하는 사고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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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전기 노동자 추락 사고와 관련해 한전에 책임을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건설노조

또 "2021년 5명이 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고, 인력승주 작업 중 사망사고가 없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5년간 인력오름 작업으로 인한 떨어짐 중대재해는 6건 발생했다"며 "지난 3월에는 경북 영덕지역의 옥내 배선공사 작업자(한전공사와 무관)가 인력오름 작업 중 추락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떨어짐에 의한 중대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차량도 노후차량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전은 "해당 차량은 지난 2·3월 종합검사와 절연검사에서 모두 정상이었다"며 "2년마다 시행하는 고소작업대 검사 유효기간은 5월까지로 정상 차량이었다"고 밝혔다.

한전은 사고가 난 활선차가 2009년 7월 제작된 것으로 안전보건공단이 규정한 노후 차량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중대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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