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김병익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장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학대범죄의 수정 양형기준을 발표했다. 6월 1일부터는 상향된 아동학대범죄의 양형기준에 의해 처벌이 이루어진다.

그동안 아동학대범죄의 발생과 그에 따른 국민적인 공감대로 아동학대범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근절하고 아이들의 삶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동학대는 처벌강화로 근절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통계수치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사례는 3만905건이다. 이 중 고소·고발 등 사법처리가 진행된 건은 36.2%인 1만209건, 법원의 판결을 받은 사례는 8.4%인 2600건이다.

이 가운데 보호처분은 1635건이며 형사처벌은 276건으로 전체사례대비 0.89%가량이다. 산출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아동학대처벌의 강화는 학대행위자의 1%미만에 대한 대책인 것이다. 물론 인식제고라는 효과를 기대하지만 99%를 위한 실제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피해아동은 아동학대 처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기도 한다.

아동학대는 암수범죄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3.4%는 부모이고 87.4%는 가정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학대피해아동의 12.7%는 가정에서 분리조치 되며 83.9%는 원가정에 그대로 보호된다.

이렇게 보호자에 의한 학대의 경우 학대피해가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신고로 발견되더라도 학대행위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아동도 있다.

또한 아동들은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2차 피해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지난해 12월 성폭력피해아동의 진술녹화 증거능력이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아동이 법정에 서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법무부가 피해아동의 법정출석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아동친화적 진술청취제도를 도입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번 대법원의 결정은 아쉽기만 하다.

아이들을 법정에 세우는 나라는 본적이 없다. 범죄자의 권리를 위해 피해아동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현실을 보며 그 1%의 아이들도 보호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든다.

셋째, 아동학대근절을 위해선 모두가 나서야 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종사해왔다. 경험적으로 아동학대가 단순히 피해아동과 아동학대 행위자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체득하게 됐다. 형제자매 중 유독 한명의 아동에게 학대가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유독 그 아이가 학대유발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 가족 전체를 둘러싼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한 경우 가족 구성원 중 가장 취약한 대상에게 폭력이 집중되는 상황인 것이다. 단순히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내는 것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아동학대를 끊어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는 강력한 사법체계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면밀히 살피며 학대피해아동의 후유증 회복과 가정 회복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피해아동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이 스스로의 힘으로 가족구성원을 보호할 수 있을 때, 어려움에 처한 가족이 지역사회 안전망 내에서 회복될 수 있을 때 더 이상 학대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심각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하여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가정의 어려움을 살피고 회복을 돕는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 아이들의 일상은 위험하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