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처럼 습격 후 도주…자동소총 앞에 피해자들 등·팔·다리 상처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장애인 재활시설에서 발생해 최소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난사 사건의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수사당국의 발표나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사건은 이날 오전 11시께 군복 차림의 무장한 복면 백인 3명이 샌버나디노의 장애인 재활시설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 난입해 성탄절 파티를 즐기던 이들에게 소총을 난사하면서 시작됐다.

'인랜드 리저널 센터'는 샌버나디노와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 44년 전에 설립된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직원은 670명이고 지적장애, 뇌성마비, 자폐, 뇌전증 등으로 불편을 겪는 이들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인랜드 리저널 센터의 대표인 매리페스 필드는 총기난사가 회의장과 도서관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경찰은 용의자들의 복장이나 도주 사실 등에 주목하며 이번 습격이 계획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제러드 버건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고 목적을 갖고 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버건 국장은 "전통적인 의미의 (조직적 테러단체에 의한) 테러리즘인지 확인할 정보가 없지만 최소한 지금 상황이 국내에서 발생한 (통상적인 의미의) 테러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용의자들이 군복에 스키 마스크를 착용한 백인 3명으로 연사가 가능한 돌격소총인 AK-47을 난사했다고 보도했다.

샌버나디노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총기난사로 최소 14명이 숨졌고 17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때 근처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우연히 현장 취재에 투입된 NBC방송 카메라맨 알렉스 바스케스는 피해자들의 처참한 모습에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바스케스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을 봤는데 등, 팔, 다리, 가슴 등에 총을 맞았다"며 "심하게 다쳐 바닥에 누워있는 여성 한 명이 숨을 거두는 순간을 봤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바스케스는 "이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멀쩡하게 일하러 갔다가 최악의 악몽을 겪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건이 발생한 회의장은 외부 단체가 빌려쓸 수 있는 방이다.

센터 직원인 브랜든 헌트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날도 한 외부단체가 회의장을 대관해 성탄절 파티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필드 센터장은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회의장을 빌린 단체가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공중보건과였다고 나중에 밝혔다.

그는 사건 때 현장에 없어 파티를 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용의자들은 총기난사 후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타고 달아나려 했지만 경찰은 이들 중 2명을 추격해 사살했다.

사건 직후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는 샌버나디노 경찰, 기동타격대, 폭발물처리반,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응급구조대 등이 출동해 북새통을 이뤘다.

폭탄이 설치됐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폭발물처리반의 로봇 수색 결과 특이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안에 일부가 인질로 잡혀 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경찰은 나중에 인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바퀴가 달린 들것에 실려 이송됐고 화를 면한 이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줄지어 건물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센터 밖에서는 생존자들과 가족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는 풍경이 종종 목격됐다.

참사를 목격하거나 총성을 들은 생존자들은 건물에 숨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문자메시지로 가족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AP통신에 따르면 주민 테리 퍼티트는 이날 센터를 방문한 딸에게서 "사람들이 총에 맞았다. 사무실에서 경찰을 기다리고 있다. 기도해달라. 사무실에 갇혀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총기난사는 2002년 12월 코네티컷 주 샌디훅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한 26명을 숨지게 한 사건 이후 최악인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