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달' 주제토론회
지역건축안전센터 설립 의무화 제도 손질 시급
시민재해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호해하고 있어
기업체 인식 개선 '부분적 성공' 긍정적 측면도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김정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2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법의 실효성에 의문과 비판이 제기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의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3일 '도시 안전 강화를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이라는 주제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감대를 도출하고 새 정부에 대한 '안전정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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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김정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한국재난정보학회 재난기술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 첫 번째 발제는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이 맡았다.

그는 '건설공사 안전관리와 도시안전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광주지역 2건 연쇄 붕괴 사고가 설계도면·공사시방서대로 시공하지 않았는데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지, 매번 중대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허가권자(공무원)는 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건설업 중대산업재해에서 가장 힘있는 허가권자가 책임진 사례는 전혀 없었고 감리자는 기소되더라도 시공자(행위자)보다 처벌이 적었다"며 "가장 힘없는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처벌이 가장 무겁다는 점이 문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역건축 안전센터 설립·운영을 의무화해 허가권자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허가권자가 직접 감리계약 체결, 직접 감리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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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종길 서울기술연구원 안전방재연구실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신 단장은 "건축법상 50만 이상 지자체는 지역건축 안전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광주 화정과 학동 인구는 50만 미만으로 규정상으로도 지역건축센터 인허가 설계도서 확인·승인 없이도 건축허가가 가능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지역건축센터 미건립된 지자체는 허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지정만 하게 돼 있다"며 "이를 개정해 허가권자가 직접 감리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허가시 예치금으로 감리대가를 직접 지급도록 해야, 돈 주는 발주처와 필연적인 종속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중심의 법률로서 업체(경영책임자 등)는 법적 책임회피·저감을 위해 대형 로펌의 핵심 영업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법률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한다. 중견·중소업체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처벌강화가 불가피할지라도 민간공사 안전사고에 대한 냉철한 원인분석을 통한 구조적 개선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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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봉문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채종길 서울기술연구원 안전방재연구실장은 중대 시민재해를 중심으로 '도시기반 시설물의 안전관리와 과제'를 주제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채 실장은 "산업재해 못지않게 피해가 크고 위험한 시민재해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사람이 모호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 2500여개 시설물에 대한 안전유지관리기관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시설물 안전상태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도로, 교량, 육교 등 시설물이 C등급 이하 점유율이 4~8%였다고 밝혔다.

시설물 안전유지관리 전담 기관 담당자의 심층 면접 결과 순환보직 등으로 업무 연속성이 단절돼 정보와 노하우 전달이 미흡하고 현장 업무 이외 행정업무량이 과다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됐다.

채 실장은 시설물 관리주체, 종류, 규모, 수량, 담당 등의 현황을 DB로 구축하고, 안전관리 업무량 분석 기반 인력 산정 가이드,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선진화된 정보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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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연구소 교수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이어 "향후 과제로는 중대 시민재해 관리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법으로 정해진 것들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공공이 모범을 보여 법정 외 것들도 대비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시설물이 멀쩡해도 돌아가시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이용자 안전문제 역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순 사고부터 중대 재해 정보를 공공이 많이 가지고 있는데 공공이 정보를 과감하게 오픈, 전문가들을 통해 피해 원인을 분석하게 하고 사전 위험요인과 대응 방안을 제공해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봉문 교수(목원대 도시공학과)는 "우리가 다루고 있는 안전, 재해는 시민들의 사망, 부상, 큰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원인과 현상에 대해 진단하고 해결책도 제시해주셨는데 실천을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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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희 KALIS 안전성능연구소 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이복남 교수(서울대 건설환경연구소)는 "해외에 비해 한국은 시공자 책임이 너무 가볍다"며 "근본적으로 이른바 운전자라고 할 수 있는 산업체의 책임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직접 시공 등 건설사업 전반적인 생태계가 변화해야 하고, 작업장소, 시공사, 검수 담당자를 기록으로 남기는 실명제를 통해 자기책임을 강화하고, 조기 경보시스템 같은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을 맡은 김동희 국토안전관리원 안전성능연구소장은 1·2·3종 시설물은 문제가 없는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민간이 걱정된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과 폭우 등 더 심각한 재해들이 일어날 텐데 공공보다 정작 민간이 관리하는 시설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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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택 경실련 시민안전위원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김 소장은 "시민 재해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며 자칫 원인 제공자도 시민 중에서 발생하고 피해자도 시민 중에서 발생하면서 시민과 시민들 간의 문제로 발생하는 시민 재난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희택 경실련 시민안전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건설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기본을 안 지킨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현재의 100% 불법 하도급을 손대지 않는 한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해도 근로자가 계속 죽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보다 먼저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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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정진우 교수(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는 "중대 재해 처벌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만 수사에 돌입하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방 지도나 감독을 할 수 없어 전형적인 사후약방문 격"이라고 비판했다.

의무주체가 원청인지, 하청인지 불명확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방조치로 이어지기 어렵고, 다른 안전보건 관계법과도 의무주체가 충돌돼서 착종 현상이 일어나는 등 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전인환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기업의 경영책임자인 경영진에서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전 변호사는 "잘 짜여진 법은 아직은 아니지만 기업체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전문가들의 분석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실천이라며 실천적 방안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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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김 처장은 "법의 허점에 대해 어떻게 보완할지 법 개정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하는 것과 동시에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인허가를 담당하게 될 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들에게 지역건축 안전센터 설립 의무화, 허가권자 직접 감리체결 등에 대한 의견을 묻고 공약화로 제시하자"고 제안했다.

김정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의미 있는 부분으로 중대 시민 재해라는 부분이 정의된 점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으로 한정된 게 아니라 시민의 안전이라는 포괄적인 정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법의 허술한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안전에 대한 의식, 투자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은 맞다"며 "시민 안전에 대한 부분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법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봉문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들도 나왔는데 법이 예방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생각지 못한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도시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게 새 정부가 정책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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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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