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길을
나는 걸어가고 있었지
푸르고 푸른 정원의 야자수와
노을이 지는 풍성한 가을 햇살
그대의 곤한 눈빛과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의 희망
그대를 향한 내 연민은
동그랗게 그려가는 뱃머리의 떠오름처럼
내 등줄기를 무던히도 긁으며
아무도 없는 그대의 기억 속으로
나는 걸어가고 있었지
그대의 연한 속삭임 안에
나는 영원히 거닐 것만 같았지
그 푸르던 정원의 야자수
그리고 풍성한 가을 햇살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