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취지 '역행'
은행법 규정 개정 '반대의견' 제출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1월 27일~3월 8일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영업을 활성화하는 은행법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도입된 이래 중·저신용자 개인들에 대한 중금리 가계대출 공급을 확대하려는 소매은행으로서의 설립 취지와 역할에 따라 사실상 기업대출이 제한되었다.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이처럼 기업대출이 허용될 경우 결국 '재벌의 사금고'로 이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우리 경실련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는 정부 실패를 우려하여 인터넷전문은행법 도입을 반대해왔으며, 이후 KT 등 중대경제범죄자에게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는 법 개정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금융위의 감독규정 개정만으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하여금 소매은행으로서 역할과 도입 목적을 포기하고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실적 부진을 기업대출만 늘려서 손쉽게 만회하려는 것은, 이젠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아예 인정해주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하여금 신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대출만 확대하려는 해당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일부 반대의견을 금융위에 제출한다.

첫째, 소매은행으로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가계대출 공급 역할을 감당해야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목적에 역행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율(대출금/예수금)' 규제와 관련하여,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대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소기업 85% 및 △개인사업자 100%로서 일반은행처럼 똑같이 적용하는 반면, 가계대출에 한해서만 △기존 취급분 100%로 3년간 유예하고 △신규 취급분 115%로 규제를 가중시키는 감독규정 개정안을 예고하였다. 

이처럼 예대율을 적용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하여금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고신용자의 기존 가계대출 취급분 때문에 사실상 제한됐던 기업대출만 허용하여 확대시켜주는 효과를 갖는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봤을 때 소매은행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고 상업은행의 역할로 대체하는 것이어서 본말전도나 다름없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와 소매은행으로서의 역할에 걸맞게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의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여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의 역할을 다 하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가 지난 2021년 5월경 발표했던 중·저신용자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이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동일기능·동일규제 면에서 은행간 경쟁력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을 해치고 디지털 혁신에 기반하여야 하는 법의 취지에도 역행한다. 

금융위는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대출 영업을 위해 대면거래의 예외를 확대하는 감독규정 개정안을 예고하였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면거래를 더욱 확대할 경우 기능 면에서 더 이상 일반은행의 대출영업이나 인터넷뱅킹과도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반면, 규제 면에서 일반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설치 의무나 대출계약 시 대면거래 의무가 없고 자기이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대면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반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특례법에 따라 '일반은행의 1/4수준의 최저자본금(250억원)' 특례를 적용받고 있어서 보다 적은 자본으로 기업대출 등 여신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위와 같이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일반은행과 동일한 예대율 규제를 적용토록 감독규정 개정을 예고하고 있어서 일반은행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기업대출 등 신용공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즉 유동성·자기자본·영업에 대한 감독·규제에 있어서 일반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영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대출의 특혜만 허용하는 것이어서 은행간 동일기능·동일규제의 원칙에 반한다.

그 결과, 규제차익이 발생하여 은행간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디지털 혁신에 기반하여 자본의 확충과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대출은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규제실패와 시스템리스크를 자초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기업대출 보다는 디지털 혁신과 포용금융에 기반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법과 도입 취지에 걸맞게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하는 방안부터 적극 이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최근에 가계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억제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저신용자나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가계대출까지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금융위의 감독규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하여금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실적 부진에 따른 정부정책의 실패를 기업대출로서 만회하고자 철수 중인 씨티은행의 대출 공급과 수요를 대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신용이나 가계부채를 핑계삼는 것은 잘못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부실채권의 규모, 비율, 신규 발생률을 고려했을 때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 부문이 모두 가장 낮고 그 추이 역시 꾸준히 감소해왔으며, 또한 시중은행을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 증가 대비 부실채권비율 감소 추이를 감안하더라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단순히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만을 두고 기업대출 역시 똑같이 폭증한 사실을 고려치 않고서, 오히려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대출까지 억제하고 기업대출만 촉진시키려는 것은 건전성과 포용성에 부정적이며 향후 금융 취약성과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적어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취약 계층에 대한 중금리 가계대출을 포기하면서 기업대출만 늘리는 것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대출을 허용하는 금융위의 감독규칙 개정안은 철회되는 것이 옳다.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신용자 위주로 보수적인 대출영업만 해왔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근본 목적은 기존의 은행권에서 대출이 어려워 대안대출이나 고리사채 등으로 내몰렸던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중금리 가계대출 제공하여 소외돼왔던 금융취약 계층을 포용하는 데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민생경제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취약계층에게 금리를 인하하여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개인들의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중도상환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상환실적에 따라 성실한 중·저신용자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보다 확대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도록 거듭나길 바란다.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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