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을 골라서 태우거나 콜을 몰아주고 있다는 카카오택시의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0~11월 카카오택시 운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고 23일 밝혔다. 카카오택시는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

평일 밤시간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불렀을 때 장거리 호출은 10건 중 5건 이상 성공했다. 그러나 단거리 호출 성공률은 장거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에는 단거리 호출 10대 가운데 9대가량이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에 배차됐다.

서울시는 조사원을 승객으로 가장해 카카오택시를 직접 호출·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손님으로 가장해 서비스 등 평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2개월간 카카오택시 841대를 호출해 장거리(10㎞ 이상)·단거리(3㎞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시간대를 각각 구분해 조사했다.

택시 운행 시간대와 승객의 목적지 거리에 따라 카카오택시 호출 성공률이 달랐다.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경우 단거리 호출 성공률은 23%로 가장 낮았던 데 반해 장거리 이동 시 호출 성공률은 54%로 올랐다.

카카오택시로 일반택시를 호출, 배차에 성공한 사례를 봐도 장거리(81.8%)보다 단거리(66.4%), 주말(88.1%)보다 평일(63.3%), 아침(79.0%)·저녁(83.2%)보다 밤시간대(58.6%)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낮았다.

콜 몰아주기도 일부 확인됐다.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39%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였다.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에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높았다.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16.7%로 가장 낮았다.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가 가맹택시에 배차됐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아 향후 추가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카카오택시 호출 서비스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초 카카오택시 측에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미표기하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방안을 요청했다.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는 승객의 일반호출 시 일반택시가 호출을 받을 수 있도록 5분가량 시간을 주라고 제안했다. 시는 카카오택시에서 가맹과 중개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도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해 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