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인터뷰
코로나19 이후 응급실 과부하 경증환자 분리해야
적극적 진료 의료사고 충돌 응급의료법 '땜질처방'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최성혁 교수가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민우 기자

교도소에 죄수가 없고, 응급실에 불이 꺼진다면 진정으로 '안전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꼼꼼한 치안망이 구축되고,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되레 더 악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은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평생 응급실이라는 생사의 최전선에서 환자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 그들은 평생 응급환자와 살아가야 하는 '응급의사'라는 숙명을 타고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보면 진정한 의사다. 세이프타임즈가 응급의학과 의사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최성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을 만났다. 지난 1월 취임한 최 이사장은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에 근무하고 있다.

최 이사장을 10일 서울 중구 학회 사무실에서 만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편집자]

- 코로나19 이후 응급실의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19 의심증상 환자를 비롯해 확진 환자들을 검사하고 격리 치료를 하다 보면 보호장구를 착용한 얼굴과 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마스크 착용 후 12시간이 지나면 코가 헐고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응급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 더 악화되고 있다. 음압병동에 자리가 없어 응급실에서 하루 이상 체류하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응급처치를 하다 확진 환자로 판명이 나면, 전체가 '코호트' 되기도 한다.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환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때 느끼는 무력감이 든다. 기약없는 희망을 안고 오늘도 방호복을 입고 있다."

- 의료진 감염과 격리도 속출하고 있다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가 몇 시간 동안 입실조차 못하는 일도 있다.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여러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대학병원은 코로나 사태로 병상이 부족해서 중증 응급환자들이 응급실로 들어오지 못한 채 아예 주차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응급환자들이 앰뷸런스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모두 구급차 안에서 응급처치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 응급의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현실적으로 응급실 이외에는 야간이나 주말에 방문할 수 있는 의료기관 자체가 거의 없다. 늦은 시간대 경증 환자를 담당하는 '응급클리닉'이 있다면 응급의료 환자 분산에 도움이 된다. 의료 현장의 최전선 응급실에서 일하는 응급전문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응급환자는 중증 여부를 사전에 알기 어렵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모든 응급환자를 응급의학 전문의가 보는 것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가장 적절하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최성혁 교수가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민우 기자

- 여전히 응급 의료진이 많이 부족한가

"응급의학과는 업무강도가 높고 환경 또한 열악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전공의들이 기피했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보건의료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면서 인력난이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응급의료현장이 재난상황을 방불케하면서 올해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졌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인력규정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외에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에는 응급의학 전문의를 반드시 둬야 하는 규정이 없다. 실제 지역 응급의료현장에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는 채로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들이 상당수다."

-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폭력도 여전한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다른 환자들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중대범죄다. 최근에는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안전요원도 배치되면서 응급실 내 폭력 발생은 많이 줄었다. 응급실에서 경미한 폭력과 폭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해도 일단 발생하면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하다. 특히 지역응급의료기관에는 아직 안전요원이 없다. 모든 의료기관 응급실에 안전요원을 배치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

- 임기가 시작됐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점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대혼란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의료진은 코로나 확진 환자는 물론 일반 응급 환자를 진료하면서 '번아웃'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응급의료진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인정받고, 적절한 환경에서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정책개발과 교육 등을 통해 지원 방안을 모색할 때다."

- 의료체계 '수술'이 필요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감염병 예방과 응급의료체계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응급의료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노후화된 응급의료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전국에 응급센터는 400곳이 조금 안 된다. 하지만 1년간 환자는 무려 900~1000만명에 달한다. 병원당 2만5000명 수준이다. 모든 응급환자가 상급병원인 대학병원·종합병원 응급실로 몰리면서 포화상태다. 중증, 경증 환자 분별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최성혁 교수가 서울 중구 학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민우 기자

- 응급의료법 개정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없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병상과 의료진 부족은 생각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볼 수 있다. 확진자 치료 위주의 정부 정책에 응급의료체계가 과부하 상태다. 지역사회 의료자원에 따라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를 각각 치료할 병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에서도 일반 경·중증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 응급의료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응급의료 관련 보건복지부 데이터와 소방청의 데이터 일원화가 우선돼야 한다. 기관마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지만 응급의료는 공익의료이기에 환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를 모면할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올바른 지향점으로 함께 바꿔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 학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재는 법적인 문제와 적정진료가 충돌하고 있다.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의료지침, 임상지침을 정확하게 지키면 응급의료진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학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임기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응급의료기반을 마련해 응급의학의 미래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 미래응급의료 TFT를 조직, 응급의료와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학회 연구 정책을 개발하겠다. 전공의와 전문의 수련과 교육, 윤리에 관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 응급의학 선진화를 이뤄내겠다.

학회 구성원이 다양해 각자 입장도 다르지만, 회원들이 결속을 다지고 협력해야 학회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회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면서 이야기도 듣고,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하나 된 힘으로 당면한 응급의료정책들을 잘 풀어가겠다."

▲ 제11대 한국응급의학회 회장에 취임한 고대 구로병원 최성혁 교수. ⓒ 이민우 기자
▲ 제11대 대한응급의학회 회장에 취임한 고대 구로병원 최성혁 교수. ⓒ 이민우 기자

■ 최성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대한외상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응급의학회에서 보험·섭외·교육·간행·학술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한쇼크연구회장, 외상술기교육연구학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응급의학회 대의원 총회에서 제11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1월부터 2년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의료서비스 향상과 재난체계 구축을 위해 1989년 설립된 학회로 전문의 2500여명, 전공의 17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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