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아파트 외벽이 붕괴됐다. ⓒ 연합뉴스
▲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아파트 외벽이 붕괴됐다. ⓒ 연합뉴스

광주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양생(養生·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것) 기간 부족 의혹을 뒷받침하는 작업일지가 공개됐다.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이던 39층 바닥 아래층에 시공 하중을 받쳐주는 동바리(가설 기둥)를 철거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대형 건설업체의 분석 보고서도 나왔다. 

16일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공개한 광주시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201동(사고 건물) 콘크리트 타설 일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3일 35층 바닥(슬래브)을 타설한 뒤 10일 후인 12월 3일 36층 바닥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이어 7일 뒤인 같은 달 10일 37층 바닥을 타설했고, 38층 바닥은 6일 만에 타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38층 위층인 PIT층(설비 등 배관이 지나가는 층) 바닥도 8일 만에 타설됐다.

이어 18일 후인 지난 11일 39층 바닥을 타설하던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가을철(9~11월)에 타설된 25~34층 구간도 5~12일 간격으로 시공됐다.

작업일지에 따르면 겨울철에 시공된 고층부 35~38층 바닥의 콘크리트 양생 기간이 6~10일 정도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2일 "201동 타설은 사고 발생일 기준 12~18일 동안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한 것과 배치된다.

현대산업개발은 "38층 천장(PIT층 바닥)은 18일의 양생이 이뤄졌다"며 "이는 필요한 강도가 확보되기에 충분한 기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35~38층 바닥의 양생 기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는 겨울철에는 여름철과 달리 최소한 10일~2주 이상의 충분한 양생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붕괴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최상층인 39층 바닥 면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었는데, 그 바로 아래는 층고 1.5m의 PIT층이 있다. PIT층 아래 38층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PIT층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은 1㎡당 710㎏정도였는데, 실제 시공 하중은 1090㎏으로 15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당시 사진을 분석한 결과 38층에 동바리가 제거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시공 하중이 설계 하중을 초과하더라도 동바리 등 지지대가 있으면 안전성이 확보되나, 현장의 기술적 판단 미비로 동바리를 철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보고서를 만든 건설사 관계자는 "비슷한 공법을 사용하는 현장이 있어 안전 관리 강화와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자료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편법 재하도급 정황도 나왔다. 사고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은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맺은 A사가 맡았으나, 실제 사고 당시 타설 작업은 A사에 펌프카(레미콘을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를 임대한 B사 소속 작업자들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B사가 장비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면 타설은 A사가 직접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건설산업기본법은 도급받은 전문공사를 다시 하도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발주자의 서면 승낙을 받고, 공사 품질이나 시공상 능률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201동 붕괴 사고 한 달쯤 전 203동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장에서 일한 한 작업자는 경찰 조사에서 "한 달쯤 전 203동 39층 콘크리트 타설 도중 바닥 일부가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하고 재시공했다. 당시 타설한 콘크리트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연쇄 붕괴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릭하면 세이프타임즈 후원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