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지평선 오후 6~7시 육안 관측 가능

▲ 태백과 초승달의 만남 ... 중앙 위쪽의 밝은 별이 목성, 우측 중간에   초승달, 그 옆에 금성-S20 야간모드로 전남대에서 촬영했다. © 김진아
▲ 태백과 초승달의 만남 ... 중앙 위쪽의 밝은 별이 목성, 우측 중간에 초승달, 그 옆에 금성-S20 야간모드로 전남대에서 촬영했다. © 김진아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또 다시 만남을 자제해야 하는 우리를 위로하듯, 초저녁 밤하늘에서 만남을 주제로 특별한 천문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태양계의 최대 행성 목성, 가장 아름다운 토성, 최고의 밝기를 뽐내는 금성이 모든 별빛을 평정하며 이달의 밤하늘을 장악하고 있다.

초저녁 서쪽 지평선에 바짝 붙어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가 금성이고, 금성에서 동쪽 방향으로 30도쯤 떨어진 곳에서 밝게 빛나는 천체가 목성이다.

저녁 노을이 희미해지는 시점부터 목성과 금성 사이에 하나의 별이 더 보이는데, 이것도 별이 아니라 토성이다.

7일부터 오는 9일까지 초승달이 금성, 토성, 목성을 차례로 지나며 우주의 대만남이 진행된다. 워낙 밝은 천체들의 만남이기 때문에 서쪽 하늘이 트인 곳이라면 도심에서도 누구나 쉽게 맨눈으로 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 삼행성을 한 눈에 ... 4일 전에는 초승달 없이 초저녁 서쪽 하늘에 목성, 토성, 금성이 나란히 빛나고 있었다. 아이폰11 야간모드로 서울에서 촬영. © 심재철 전문위원
▲ 삼행성을 한 눈에 ... 4일 전에는 초승달 없이 초저녁 서쪽 하늘에 목성, 토성, 금성이 나란히 빛나고 있었다. 아이폰11 야간모드로 서울에서 촬영. © 심재철 전문위원

목성과 금성을 관측하며 과학도 배우고, 행성과 항성도 구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별은 항상 같은 밝기와 일정한 움직임을 보여서 밤하늘의 모습이 항상 같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변화무쌍한 움직임과 밝기로 별자리 사이를 방황하는 별들이 있어서 밤하늘도 늘 한결같지는 않다.

그런데 별자리 사이를 움직이는 별은 진짜 별(항성)이 아니라 행성이다.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천동설과 지동설의 치열한 논쟁은 1800년간 지속됐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이 목성을 돌고 있다'는 사실과 금성의 보름달 모양을 관측해 '세상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게 된다.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이와 손잡고 밤하늘을 한번 볼 시간이 없다.

▲ 지난 4일 목동자리 구상성단 M3 근처를 지나는 레너드 혜성. ©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정성훈
▲ 지난 4일 목동자리 구상성단 M3 근처를 지나는 레너드 혜성. ©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정성훈

아니 가끔 밤하늘을 쳐다봐도 저 밝은 별이 목성인지 금성인지 모르고 지나친다. 별자리 사이를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목성과 금성을 천문지식이 없이는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주 천문학에 관한 기초 지식이 없어도 초저녁 서쪽 지평선 위를 바라보면 어떨까. 목성과 토성 그리고 금성의 정체를 확인하고 이 행성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오늘은 복잡한 세상일은 낮에 끝내고 밤하늘을 한번 쳐다보자. 한팔 길이 밖에 도달할 수 없는 우리를 무한의 시공이 존재하는 우주로 안내한다.

올해 최고의 천문 이벤트로 금성과 혜성이 만난다.

2021년 최고의 혜성 레너드가 최근 새벽녘 동쪽하늘에서 목동자리를 지나 빠른 속도로 뱀주인자리를 향하고 있다. 12월 중순 이후 레너드 혜성이 궁수자리까지 이동해 초저녁 서쪽 하늘에 나타나면, 드디어 올해 최고의 천문 이벤트가 완성된다. 레너드 혜성과 금성이 만나는 것이다.

혜성의 밝기는 많이 밝아지지만 고도가 낮기 때문에 서쪽 하늘이 탁 트인 서해안 바닷가 쪽이라야 제대로 최고의 우주쇼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레너드 혜성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비주기 혜성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볼 수가 없다. 이번이 레너드 혜성을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 시속 25만㎞의 속도로 금성을 향하는 레너드 혜성. © 한종현
▲ 시속 25만㎞의 속도로 금성을 향하는 레너드 혜성. © 한종현

스마트폰으로 행성과 초승달의 아름다운 만남을 기록할 수 도 있다.

갈릴레이 이전 최고의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는 맨눈으로 밤하늘을 보고 수많은 관측 기록을 남겼다. 특히 별자리 사이에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화성의 위치를 자세히 기록했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케플러는 행성이 원 궤도가 아니라 타원궤도를 돈다는 타원궤도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도 튀코 브라헤보다 정확하게 행성의 움직임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별과 행성 사진이 잘 찍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오후 6~7시. 서쪽 지평선 위에서 벌어지는 목성, 토성과 달의 아름다운 만남을 관측하고, 스마트폰으로 기록해보는 것은 어떨까?

 ☞ [영상] 용맹한 혜성 레너드와 지구, 금성의 삼각관계

☞ [영상] 레너드 혜성 사진, 위치 찾기, 관측 방법

■ 심재철 전문위원 = 서강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27년째 특수윤활유를 연구하고 있지만, 별이 좋아 30년이 넘게 취미로 관측 여행을 하고 있다. 성북작은천문대 교육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밤하늘 관측(김영사) △별과 별자리 △지구의 운동과 달 △미스터 갈릴레이의 별별 이야기 △오늘의 천체 관측(현암사·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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