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신 논설위원
▲ 정이신 논설위원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해되지 않아 그냥 받아들인 부분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성경에 나온 차가운 사랑에 관한 기록은, 목사로 산 지가 꽤 됐지만 여태 수수께끼입니다. 특히 예수님을 광야로 쫓아내 시험을 치르게 한 성령님의 차가운 사랑을 접하면 숨이 턱 막힙니다(마가복음 1:12).

성경에서 이 장면을 기록한 순서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이 말씀 바로 위에는 하나님이 예수님께 '내 아들'이라고 대관식을 치러주신 장면이 나옵니다. 대관식을 치러주신 다음에 성령님이 한 게,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 사탄에게 시험받게 한 일이었습니다.

대관식은 대체로 모든 일이 끝난 후에 하는 것이고, 대관식까지 치렀으면 다음으로는 덕으로 잘 다스리라는 축사를 건네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대관식을 치른 다음에 성령님께 이끌려 광야로 나가 사탄에게 시험받았습니다. 그것도 성령님이 예수님을 추방하듯, 쫓아내듯 광야로 몰아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순서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철학자 로버트 노직이 쓴 책을 읽고서, 성경의 이 구절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지금이 21세기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몇백 년이 지나면 인간이 하나님을 다 알 수 있을까요.

인간은 절대 하나님을 다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계시한 분량만큼만 인간이 그분에 대해 알 뿐입니다. 문명과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인류가 해 아래에서 누린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도, 하나님에 대해서는 인간이 다 알 수 없습니다(신명기 29:29).

네 권의 복음서를 읽어도 성령님이 예수님을 인도한 차가운 사랑을 다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기독교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 예수님께 일어났던 일이 제게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만 압니다. 그리고 이런 통찰은 제게 남겨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채워가는 이정표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우상숭배의 대명사로 취급된 바알신앙과 신약성경의 재물숭배는 해 아래에서의 풍요를 약속하며, 땅의 일을 인간의 욕망에 따라 바꾸라고 합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을 위해 기꺼이 윤리적인 경계를 무시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바알 앞에서는 처음 만난 낯선 남녀들이 제의적 성행위를 했고, 재물을 위해서 로마의 코린토스 사람들은 자기 아버지의 처와도 결혼했습니다.

땅의 풍요와 더불어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삶을 인도하신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에게 이런 가치체계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야훼신앙에서는 모세가 했던 기도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헤아리는 일이 중요합니다(시편 90:12). 그렇다면 모세의 기도문이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제게 남겨진 시간이 있듯이 지구에도 남겨진 시간이 있습니다. 과학자, 의학자 등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인구가 100억 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무슨 수가 있더라도 지구의 적정 인구를 100억명 선으로 유지해야 지구가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지구의 인구가 70억명을 넘어섰는데, 앞으로 지구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하기 참 어렵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이 이끄시는 역사는 기차가 돼 주어진 궤적을 따라서 가고 있습니다. 기관사가 아니기에 우리는 이 기차의 속도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차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우주의 시간은 인간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다가오시는 하나님과 그분의 시간을 받아드릴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가져오실 시간을 위해 내가 좋아하거나 내게 익숙한 일을 잠시 멈추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경에서 말한 진정한 용기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우리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진정한 용기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헤아려야 합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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