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 CDC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 CDC

미국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음지에 가려져 있던 약물 과다복용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18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약물과다 사망자가 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고 최근 5년 동안 두 배 정도 폭등했다.

모르핀보다 50~100배 더 강력한 진통제인 펜타닐과 같은 합성 아편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6만4000명을 기록, 사망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펜타닐은 다른 마약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첨가되는 일이 늘고 있어 걱정을 더하고 있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노라 볼코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들도 약물과다 사망 건처럼 다른 공중보건 위기가 코로나19에 가려지고 치료 접근성도 떨어져 문제가 더욱 고취됐다고 덧붙였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 경로도 유행을 가속화시켰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합법적인 처방전처럼 보이는 가짜 처방전으로 처방약으로 둔갑한 펜타닐을 온라인으로 손쉽게 구매해 소비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밝혔다.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과다복용 위험에 대거 노출돼 있다. 미국에서 젊은 연령대, 주로 10대가 주로 이용하는 '스냅챗' 이라는 소셜 커뮤니티 앱에서도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CNN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융드루가딕트(Yungdrugadict)'라는 닉네임으로 스냅챗 활동을 하는 21세 여성은 같은 나이대 여성에게 펜타닐 레이스 알약을 판매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판매 여성은 현재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청소년보다 더 어린 영유아도 위험에 처했다. CNN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방치된 생후 11개월 아기가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했고,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도 생후 15개월 아기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 DEA는 불법 마약 밀수입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 DEA
▲ DEA는 불법 마약 밀수입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 DEA

유통경로뿐 아니라 밀수입 적발도 곤욕을 겪고 있어 문제 해결이 늦춰지고 있다.

18일 DEA에 따르면 약물 과다복용의 주를 이루는 펜타닐은 멕시코 카르텔에서 생산 되고 중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거쳐 미국으로 밀수입돼 적발이 어렵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펜타닐은 약물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다른 불법 약물들과 혼합되고 있다. 2㎎의 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펜타닐은 가루형과 비강 스프레이, 합법적으로 처방된 아편알약처럼 위장해 밀반입한다.

일반적인 1kg 미만의 소규모 우편배송물로도 배송가능하다. 공식적인 감독이나 품질 관리도 없어 적발이 더 까다롭다. DEA에 따르면 이러한 어려움 속에도 2달간의 수색작업으로 800명 이상 체포했고 180만개 이상의 알약을 압류했다.

마약 밀거래가 이뤄지던 스냅챗은 지난달 7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마약판매 계정을 확인하고 플랫폼에서 제거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노라 볼코 박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펜타닐이 널리 팔리면서 마약 사용자 중 펜타닐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자신이 어떤 약물을 복용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CNN은 2019년 12세 이상 미국인 1010만명이 아편을 잘못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볼코 박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물질사용장애 치료도 뒤로 밀리고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아편류 과다복용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낼럭손 같은 약물의 사용을 확대하겠다"며 "각 주 정부에 이런 약물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관련 법을 통과시키도록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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